20대 女과학자들 “연구실 안전하지 않다”

20대 여성 과학자 5명 중 1명은 자신의 연구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실 환경 때문에 임신을 주저한 적이 있다는 여성 과학자도 10명 중 4명꼴이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WST) 산하 여성과학자안전관리위원회가 올해 2∼5월 여성 과학자 7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과학자 안전관리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는 과학계 종사자 1784명(남 988명)이 참여했다.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과학자의 17.7%는 평소 자신의 연구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한국외국어대 화학과 김용애 교수는 “연구실이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여성 과학자는 공기 순환이 부족하고 기기가 노후화돼 있으며 실적에 급급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다는 점을 꼽았다”며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연구를 강행한 적도 있고 안전장비 지급이 미비하다는 불만도 나왔다”고 말했다.

여성 과학자를 위한 연구실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상 796명 중 263명(33%)이 ‘연구실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여성 과학자 대상 안전교육에 포함시키기를 원하는 콘텐츠로는 ‘가임기 여성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과 환경'(480명)과 ‘임신·수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물질과 환경'(415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연구실 안전과 관련한 여성 과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임신과 출산 관련 문제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안전교육 콘텐츠에 ‘남녀 모두를 위한 연구실 문화’가 포함될 것을 바라는 여성 과학자가 많았다(264명)”며 “아직도 많은 연구실에선 남성 과학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연구실 문화가 바뀌어야 여성 과학자의 안전이 더 높아질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 과학자의 41%는 ‘연구실 환경이 건강한 출산에 방해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326명)고 답했고, ‘연구실에서 부상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와 ‘연구실 환경 때문에 임신을 주저한 적이 있다’는 각각 29.3%(234명)와 12.9%(103명)였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에게 연구실 환경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의 상세한 내용은 ‘국내 여성 과학자 연구 현장 안전을 위한 팁 Top 10’이란 주제로 8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

[사진=아이클릭아트]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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