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갑상선 환자, 한의원 치료 받고 상태 악화

거의 완치된 10대 갑상선 항진증 환자가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재발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한의원은 갑상선 항진증 전문으로 홍보하는 곳이다.

갑상선 항진증을 앓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건양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를 찾아 치료를 받게 했다. 꾸준한 치료 덕분에 아이의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

아이의 상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A씨는 완치 욕심에 올해 3월 서울에 위치한 갑상선 항진증 전문 한의원을 찾았다. 이 한의원은 한 언론사가 선정한 고객이 신뢰하는 브랜드 대상 갑상선 한의원 부분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원장이 갑상선 질환 책을 내고 각종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곳. 이는 A씨가 이 한의원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한의원에서는 A씨 아이의 상태를 진단하고 갑상선 항진증 치료 3개월 패키지를 권했다. 가격은 약 250만 원 정도. 수백만 원의 가격이 부담됐지만 A씨는 3개월만 치료하면 아이가 좋아진다는 한의원 측의 말에 선뜻 결제를 하고 아이와 함께 그 기간 동안 한의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A씨의 아들은 치료받는 동안 땀을 이상할 만큼 과하게 흘리고 힘들어했다. 매일 하루에 옷을 5번 정도 갈아입었다.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A씨는 아이를 데리고 다시 건양대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A씨에 따르면 검사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안정적이던 각종 호르몬 수치는 불과 몇 달만 에 수십 배 높아진 상태였다.

무엇이 문제였나?

A씨는 치료 도중 한의원 원장이 아이의 모발 검사를 하고 납 성분이 나왔다며 비타민과 함께 요오드를 처방해 아이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원장이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도 복용 중단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일반적으로 갑상선 항진증 환자에게 매일 요오드를 먹으라며 처방한다는 것은 처음 들어봤다”며 “원장에게도 계속 갑상선 환자가 요오드를 복용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그는 ‘이 아이는 요오드를 복용해야 한다’며 요오드를 복용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기존 병원에서 처방한 약은 복용 중단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서울 소재 대학 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성 항진증 환자에게 일반적으로는 항갑상선제를 처방하지만 부작용이 있든지 빠른 호전이 없다든지 할 때는 요오드를 쓰긴 한다”면서도 “그런데도 요오드를 표준 치료법으로 쓰지 않는 이유는 항갑상선제보다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한의사도 “한의원에서도 갑상선 항진증 치료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아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지만 요오드를 갑상선 항진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병원이 처방한 약을 한의원 원장이 중단하라고 하는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상태 악화 두고 ‘옥신각신’

A씨 측과 한의원 측은 아이의 검사 결과를 놓고도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A씨 측은 한의원 치료를 받기 전 검사 결과와 치료 후 받은 검사 결과를 보면 치료 후 결과의 대부분 수치가 기준치 이상 수십 배 높게 나와 사실상 재발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의원 측은 치료를 받기 전 검사 결과에서 나타난 각종 수치는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나오나 한의원 치료 후 나타난 검사 결과 수치는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나온다고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3월과 6월, 8월과 9월 검사 결과 수치를 본 한 내분비내과 의료진은 환자 상태가 악화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 의료진은 “3월 검사 수치와 한의원 치료를 받았던 6월 검사 수치를 비교해보면 각종 수치가 높아져 갑상선 항진증이 좋아졌다가 나빠진 것이 맞다”며 “6월과 8월 검사 수치도 비교해보면 악화된 것 처럼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해당 한의원 관계자는 곧 환자의 치료 당시의 상황과 과정을 정리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해왔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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