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라벨 후폭풍, 협의체 구성 놓고 갈등

[오프 라벨 논란 2]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오프 라벨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첫 발을 내딛었다. 말기 암 환자의 면역 항암제 오프 라벨 처방 제한으로 촉발된 사태에 뒤늦게나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협의체 구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더욱이 논란의 중심에는 오프 라벨 처방 제도 개선을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섰던 말기 암 환자들과 대한민국 환자 단체를 대변한다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있다.

스텝 꼬인 협의체 구성

보건복지부는 환자단체연합회에 오프 라벨 제도 개선 협의체 구성을 위한 위원 2인 추천을 요청했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이사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이사를 추천했다.

복지부가 협의체 구성을 위해 환자단체연합회를 소통 창구로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말기 암 환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까지 오프 라벨 처방 제도 개선을 주장하면서 시위 등의 물리적인 행동은 물론 목소리를 높여온 면역 항암 카페 환자는 환자단체연합회의 대표성을 부정하고 있다.

면역 항암 카페 측은 “면역 항암제에 대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고 반영해 그 동안의 활동들을 진행해 왔다”며 “면역 항암 카페에서 그런 활동을 진행할 때 대한민국 환자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하는 환자단체연합회가 과연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오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면역항암카페 측은 “협의체 추천인 구성 시 우리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고 인력을 배정한 것만으로도 이미 환자단체연합회는 우리를 대표하는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면역 항암 카페 환자는 이번 협의체를 보이콧하고 환자단체연합회의 대표성을 부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회가 과거 복지부의 오프 라벨 처방 확대 정책을 반대한 이력이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반면 환자단체연합회 측은 면역 항암 카페 측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허위 내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 측은 “보건복지부가 9월 14일 ‘약제의 허가 초과 비급여 사용 승인 제도’ 관련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약제의 허가 초과 사용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는 공문과 함께 9월 20일까지 환자단체연합회에 각각 암 질환 1명, 암 이외 질환 1명 총 2명을 위원으로 추천하도록 요청했다”며 “복지부는 협의체에서 면역 항암제뿐만 아니라 표적 항암제, 희귀 질환 치료제, 영유아 소아 약제 등 모든 질환의 치료제를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범위 초과 비급여 사용 전반에 관한 제도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환자단체연합회 측은 “그동안 사무실 방문도 하고 여러 차례 통화까지 했던 면역 항암 카페 대표 등 그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환자단체연합회는 협의체에 위원으로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10월 11일까지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환자단체연합회를 선택한 이유

그렇다면, 보건복지부가 오프 라벨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환자 대표로 환자단체연합회를 소통의 창구로 활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부는 개별적인 환자의 의견이 아닌 오프 라벨과 관련된 전체 환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환자단체연합회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이번 오프 라벨 제도 개선 논의 자체가 면역 항암제 오프 라벨 처방 이슈와 관련해 여러 목소리를 높였던 면역 항암 카페의 말기 암 환자로 인해 진행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협의체는 약제 허가 초과 부분에 대한 제도 전반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전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단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환자단체연합회가 약제 관련 여러 이슈들에 대한 간담회도 진행해 왔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는 등 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그런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라며 “현제 면역 항암 카페는 환자 단체로서의 공식적인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면역 항암 카페 측은 환자단체연합회를 이번 협의체의 환자 단체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프 라벨 제도 개선을 위해 그 동안 면역 항암 카페 회원들의 살신성인의 행동들이 큰 파급력을 낳았기 때문이다.

면역 항암 카페 측은 “환자단체연합은 예전에 면역 항암제 오프 라벨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가 이미 환자단체연합의 성향을 알고 있었음에도 협의체에 환자 단체 대표로 참여시켰다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큰 불만”이라며 “최소한 중립적인 성향을 가진 단체를 섭외했어야 함에도 복지부는 편향적이었고 절차적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면역 항암 카페 측은 “환자단체연합은 면역 항암제 오프 라벨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말기 암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적절한 단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면역 항암제 오프 라벨 문제는 면역 항암 카페 회원들이 따로 복지부와 논의해야 한다. 환자단체연합은 면역 항암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허가 초과 문제에 집중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면역 항암 카페 관계자는 “정식적인 환자 단체 등록을 위해 카페 내 환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준비를 해서 공식적인 환자 단체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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