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못 구해 죽는다” 환자 외침에 응답한 정부

[오프라벨 논란 1] 오프 라벨 제도 개선 협의체 구성

오프 라벨(허가 초과 사용) 처방과 관련한 제도 개선에 정부가 드디어 첫 발을 내딛었다. 보건복지부가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프 라벨은 각종 희귀 질환과 중증의 소아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이슈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환자들이 바라보는 입장이 상반되는 경우가 많고 질환 별로 입장이 달라서 현장에서 혼란이 많았다. 또 이를 중재하거나 해결책을 모색하는 실질적인 활동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21일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급여화되면서 말기 암 환자의 오프 라벨 처방에 어려움이 생겼다. 정부가 처방이 가능한 유예 조치를 시행했지만 대부분의 의료 현장에서는 면역 항암제 오프 라벨 처방을 꺼리는 상황이다. 당장 면역 항암제를 투여 받아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말기 암 환자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정부가 오프 라벨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오프 라벨 처방을 받고 있는 말기 암 환자가 주축이 된 면역 항암 카페 회원 30여 명은 지난 8월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 모였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도 오프 라벨 관련 시위를 진행했던 이들의 목적은 오프라벨 처방 금지 철회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환자들은 “국민이 아픈데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이건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국민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우리에겐 면역 항암제가 마지막 치료제이다. 면역 항암제 오프 라벨 치료를 지속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환자들은 오프 라벨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오프 라벨 처방 관련 시행 규칙과 허가 초과 절차 방법은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라서 심평원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말기 암 환자들은 오프 라벨 처방 문제 해결을 위해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수차례 전화 질의를 하는가 하면, 아픈 몸을 이끌고 오프 라벨 처방이 가능한 병원을 이곳저곳 찾아 헤매기도 했다.

오프 라벨 처방과 대책 마련을 외치는 목숨을 건 시위와 외침이 이어지는데도 정부가 무관심으로 일관하자 면역 항암 카페 회원들의 목소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했다.

9월 9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모인 마스크를 쓴 20여 명의 면역 항암 카페 회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그리고 국민들을 향해 눈물로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국민 여러분 우리를 살려주세요.”

복지부, 제도 개선 첫발 내딛어

말기 암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늦었지만 복지부가 오프 라벨 제도 개선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지부가 ‘약제의 허가 초가 비급여 사용 승인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 것.

면역 항암제뿐만 아니라 각종 희귀 질환 치료제와 중증 소아 약제 등 오프 라벨과 관련된 다양한 약제를 대상으로 약제의 안전한 사용과 의사의 진료권 및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그 일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심평원, 오프 라벨 사용이 많은 전문 학회 및 환자단체로 구성된 ‘허가 초과 제도 개선 협의체’ 구성을 완료했다.

이 협의체는 지난 9월 한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오프 라벨과 관련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복지부와 심평원 관계자들이 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협의체는 12월까지 월 1~2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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