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칼잡이’가 사라지고 있다

[사진=KBS]

[토론회] 외과의 몰락, 이대로 둘 것인가

“결국 문제 해결의 핵심은 수가를 정상화하고 의료 분쟁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입니다.”

외과 계열 진료과의 현실을 진단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수가와 국가의 책임 문제가 지적됐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기피 과로 분류되며 전공의 미달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외과 계열 진료 과의 열악한 현실을 진단하고,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에 필수적인 외과계 진료 과를 실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5개 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주제 발표는 장진우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이 진행했다. 지정 토론에서는 심성보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 서경석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천준 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다. 또 이길연 대한외과학회 수련이사, 신재승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정책위원장, 이영구 대한비뇨기과학회 부회장, 최중섭 대한산부인과학회 대변인, 김성호 대한신경외과학회 수련이사, 이건세 건국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장진우 이사장은 5개 외과계 진료과의 현황과 입장을 종합해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개업한 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2010년도 조사에서 97.5%가 외과 전공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또 신경외과의 경우 내부 조사에서 중증 환자나 응급 환자는 많지만 의료 사고로 소송에 걸리기는 쉽고,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고생을 많이 하는 등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이사장은 이렇게 외과계 진료 과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수가, 의료 사고 배상금, 인력 자원 등을 지적했다.

수가의 경우 원가 보전율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진료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과계 진료 과의 경우 의료 사고로 소송 가능성은 크다. 특히 중증 응급 환자, 외상 환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손해 배상액도 높다. 결국 낮은 수가 상황에서 높은 손해 배상액을 감당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장 이사장은 사망 고위험 수술에서의 사고는 단순히 의료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문의나 전공의를 과로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반대로 수술을 잘하는 것도 의료 시스템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런 상황에 있다 보니 전공의 충원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신념이나 보람, 사명으로 일하기에는 삶의 질이나 보상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낮은 전공의 충원율 전공의 수련 시간을 단축하는 특별법으로 의료 현장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걱정했다. 다만 새롭게 도입하는 입원 전담의 제도에 기대를 걸었다.

장 이사장은 또 문제를 단순히 낮은 수가만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흉부외과나 신경외과가 의원의 필수과가 아니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갈 곳이 없다. 수가가 낮은 만큼 외과계 진료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가 없는데, 결과적으로 병의원에서 외과계 전문의를 뽑을 이유가 없게 된다.

장 이사장은 “결국 핵심은 저수가와 국가의 책임”라며 “외과계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수가를 해결하고 의료 분쟁의 책임을 의료인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개별 진료 과의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길연 대한외과학회 수련이사는 전공의 수련 시간을 단축하는 전공의 특별법이 환자의 안위를 위해 전공의들이 번아웃하지 않도록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교수들이 번아웃되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관리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입원 전담의와 수련 기간 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지적했다. 특히 외과의 수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2년간 분과 전문의 수련을 받는 방식으로 수련 방식을 개편해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승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정책위원장은 전공의 지원 부족에서 이어지는 전문의 부족과 고령화, 전문 인력의 지역 불균형, 교육 시스템 미비 문제 등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인력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흉부외과의 경우 1996년 이후 평균 지원율이 47.9%에 불과하다. 전공의 미달 상황이 20년간 지속되면서 전문의가 고령화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25년에서 2030년에 1960년 초반 출생 전문의가 은퇴하는데, 이를 대신할 1980년대, 1990년대 출생 전문의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0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부터 흉부외과 전문의가 최소 500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위원장은 외과적 치료에 관한 적절한 평가와 보상, 외과계 진료과의 종합병원 필수 진료 과목 지정, 입원 전담의와 보조 인력 지원을 통한 수련 환경 개선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구 대한비뇨기과학회 부회장은 외과계 진료과 중에서도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는 비뇨기과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비뇨기과의 경우 2014년 전공의 지원율이 25%까지 떨어지는 등 전공의 정원 감축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지원율이 20%대에 머무는 상황이다. 그나마도 2003년 시작된 전공의 수련 보조금에서도 비뇨기과는 제외되면서 상황 개선 여지는 없는 상황이다.

반면 비뇨기과의 경우 고령화로 인해 요양 병원 등에서 비뇨기 노인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적절한 의료 인력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대부분의 병원이 비뇨기과 전공의가 없는 상태에서 진료를 보는 상황이며, 미래의 교수 자원인 비뇨기과 전임의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비뇨기 관련 암, 외상, 응급 환자들이 정상적인 진료를 받을 수가 없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최중섭 대한산부인과학회 대변인, 김성호 대한신경외과학회 수련이사도 수가 문제, 전공의 부족 문제, 기피 과의 고착화 문제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건세 건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외과계 진료 과 기피 문제에 대해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전공의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며, 10년 이상 된 오래된 문제인 만큼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수가가 늘어난다고 전공의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으며, 전공의가 늘어난다고 해도 지방과 서울 사이에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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