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한두 잔의 술…만성 간질환 있다면 주의해야

만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석연휴 가벼운 음주도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사상에 놓인 술을 한두 잔 마시다보면 증세가 나빠지고 간암 발병 위험률도 높아지게 된다. 

침묵의 장기인 ‘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병이 움텄다가 손댈 수 없이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술 한두 잔처럼 가볍게 넘기기 쉬운 행동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B형이나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이거나 알코올 등에 의한 만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추석 차례나 성묘 뒤 음복으로 마신 술이 자칫 만성바이러스성 간염이나 알콜성 간염, 간경변증 등을 악화시키고 간암 위험률을 높일 수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도센터 권정현 교수의 도움말로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와 간암에 대해 알아본다.

간암 사망률, 폐암 이어 2위

2016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한 해에만 국내에 약 21만7000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간암 환자는 1만6178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7.5%를 차지해 많이 발생하는 암 6위에 올랐다. 간암의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불린다. 체내의 다양하고 복잡한 물질 대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이기 때문이다. 간은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과 여러 영양소를 생성하고 나쁜 독성물질을 해독한다. 이렇게 중요한 장기지만 심각하게 병이 들어도 티가 나지 않는다. 

특히 간암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자각 증상을 느꼈을 땐 손쓰기 힘든 경우가 많다. 간암이 발생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비특이적인 증상은 피부나 눈 흰자의 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오른쪽 윗배의 통증과 불쾌감, 체중감소 등이다. ​간암의 위치에 따라 간혹 간종괴가 커져 혹이 만져질 수도 있다.

원인의 90%는 만성 B형·C형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간암의 주요 원인은 간세포나 간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간염이다. 간염이 장기간 지속되면 간경변 등으로 간섬유화가 진행되고 이 때문에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 B형·C형간염의 경우 간경변증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간암이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주의를 요한다.

대한간암학회의 2014년 간암 위험요인을 보면 간암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B형(72%), C형(12%) 간염바이러스와 지속적인 음주(9%)이며, 그밖에 약물, 비만, 자가면역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위험이 약 10배 증가하고,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100배나 높아진다.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을 보일 때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권정현 교수는 “만성 B형간염이 비활동성에서 활동성으로 급격하게 악화되거나 B형·​C형간염 바이러스에 급성으로 감염되는 경우 일부 환자에게서 열감, 피로감, 근육통, 소화불량, 우상복부 불쾌감 등이 나타난다”며 “또한 ​간염이 심한 경우 눈이나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발생하는데, 그보다는 소변색이 갈색으로 진해지는 것을 더 빨리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 병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C형간염 예방백신 없어, 위생 수칙 잘 지켜야

B형·C형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이나 체액 등 비경구적인 방법을 통해 전파된다.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의 수직감염, 성관계를 통한 전염,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에 손상된 피부나 점막이 노출돼 감염되는 경우 등이 있다. 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눈썹 문신, 피어싱, 타투, 환자의 면도기, 손톱깎이, 칫솔 공유, 비위생적인 기구를 사용한 침, 부황 등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환자의 혈액을 취급하는 채혈실 혹은 검사실의 의료인 등도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 최근 헌혈 시스템은 바이러스 간염을 미리 스크리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혈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와의 가벼운 포옹이나 입맞춤, 식사 등의 일상적인 생활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적다.

산모가 B형 간염이 있으면 출생 직후 아기는 수직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 외에 면역글로불린주사를 추가 접종한다. 이러한 처치에도 불구하고 발생할 수 있는 수직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에는 고바이러스혈증을 가진 산모의 경우 임신 중후반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기도 한다.

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는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혈액검사 결과 항체가 없으면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예방접종을 하고 모든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간염의 활동성 유무, 간수치의 정상 유무에 상관없이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 등 정기진료를 꼭 받아야 한다. 간염 상태에 따라 진료의 주기만 달라짐을 숙지해야 한다.

권정현 교수는 “B형간염은 대부분의 건강검진 검사 항목에 포함돼 있으나 C형간염은 유병율이 낮아 검진 항목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건강검진에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해서 C형간염 음성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C형간염은 항체가 있다는 것이 과거감염을 포함한 현성감염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B형간염처럼 항체가 있다고 해서 면역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아직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게 생활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전파 질환이므로 문신, 피어싱을 할 땐 반드시 소독된 도구를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면도기, 칫솔 등도 함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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