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위기 오프 라벨 환자, 심평원 압박 때문?

정부가 오프 라벨(허가 외 처방)을 12월까지 유예하기로 하면서 말기 암 환자의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기존 환자의 오프 라벨 처방은 전면 중단되는 등 사실상 병원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의약품에 대한 급여화를 진행키로 하면서 최근 급여 통과된 면역 항암제 2종에 대해 사실상 오프 라벨 처방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에 오프 라벨 처방을 받고 있는 말기 암 환자를 중심으로 집단 반발 사태가 벌어지자 보건 당국은 12월 까지 유예키로 하고 기존 오프 라벨 환자들의 처방은 지속될 수 있도록 수정 고시했다.

환자의 반발을 의식한 땜질식 미봉책이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당장 오프 라벨 처방을 받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이 있기 때문이다.

처방 중단, 심평원이 병원 압박?

이런 정부의 전향적 방침에도 불구하고, 오프 라벨 처방을 받던 기존 환자 일부는 처방을 받기는 커녕 병원에서 환불 조치를 받거나 처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오프 라벨 처방을 받을 수 조차 없었다.

환자들은 심평원이 병원에 무언의 압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암 환자 단체 대표 김 아무개 씨는 “12월까지의 유예 기간을 줘 처방을 가능하게 했다는 심평원의 말은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수많은 암 환자들이 기존 처방받던 대형 병원 등에서 환불과 처방 불가 통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씨는 “심평원이 암 환자에게는 다학제가 운영되는 대형 병원에 오프 라벨 처방이 가능하도록 공문을 보냈다”고 했지만 “병원 심사팀 담당자에게는 ‘원칙적으로는 안 된다’, ‘환자마다 차후 승인 처리를 달리할 수 있다’라며 급여 삭감을 언급하는 등 의미심장한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언급했다.

즉, 중소 병원과 대형 병원 등 대부분의 병원이 오프 라벨 처방을 중단했는데 그 원인이 심평원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 혹시라도 있을 불이익을 우려해 병원들이 자진해서 오프 라벨 처방을 전면 중지했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다.

심평원, “압박한 사실 없다”

반면 심평원 측은 병원을 압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심평원은 말기 암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 12월까지 오프 라벨 처방이 가능하도록 고시를 유예한 상황이라며 병원을 압박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오프 라벨 환자를 위해서 12월까지 기존 환자의 오프 라벨 처방이 가능하도록 한 상황”이라며 “심평원이 병원에 처방 금지 목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평원이 병원을 상대로 급여 삭감 등을 논하면서 무언의 압박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병원급뿐만 아니라 의원급에서도 기존 환자의 오프 라벨 처방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평원의 이런 해명에도 오프 라벨 처방이 열흘 넘게 중지된 상황이라 주기적으로 투약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말기 암 환자는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상황에 빠져 있다.

말기암 남편을 둔 한 주부는 “말기암 남편이 면역 항암제로 기적처럼 좋아졌다. 그런데 오프 라벨 처방이 금지되면서 치료받을 길이 막혔다”며 “앞일이 너무 막막하다. 제발 치료를 이어 갈 수 있도록 해 달라.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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