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안전하다는 의협, 근거는?

대한의사협회가 살충제 검출 계란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명과 기자회견에서 상반된 의견을 밝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18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의 진행 과정에 대해 “우왕좌왕 행정은 유사 사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위기 관리의 난맥을 드러내며 국민에게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의 계기가 됐다”고지적했다.

하지만 살충제의 독성에 대해서 의협은 “인간에서의 급성 독성 참고치에 비하면 20% 이하의 수준이기 때문에 급성 독성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단체는 “장기적으로 섭취한 경우에 대한 연구 논문 또는 인체 사례 보고는 지금까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지속적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의협은 “의약품과 동물 약품(농약)의 관리를 2개 부처에서 관리”하는 상황을 놓고 “안전성 유효성을 확실하게 보장되도록 해야 하며, 조기 발견과 함께 문제가 나타날 때 초동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또 기자 회견을 통해 문제가 된 살충제 가운데 4종은 최대 1개월이면 90% 이상의 성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살충제의 독성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나머지 1종도 3개월이 지나야 성분 대부분이 빠져나가지만 독성은 약하다고 밝혔다.

결국 행정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지만 살충제 자체의 독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의협의 판단이다. 특히 가장 민감한 집단인 10㎏ 미만의 영유아가 하루에 계란 2개를 섭취해도 급성 독성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협의 입장은 유럽의 판단과는 차이가 있다. 독일연방위험평가연구소는 피프로닌 잔류 계란에 대해 16㎏의 어린이는 1.7개까지 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독일의 권고가 의협보다 더 엄격한 것. 게다가 독일은 실제로는 어린이에게 먹이지 않도록 권고했다.

더 큰 문제는 1개월이면 살충제 성분의 90% 이상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독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한 기자 회견 내용이다. 의협 스스로 성명을 통해 장기적으로 섭취한 경우에 대한 연구가 없다고 지적했음에도 기자 회견에서는 과학적 근거 없이 문제가 없다고 단언한 것.

이에 대해 그간 먹을거리 안전성 문제를 놓고서 정부 입맛에 맞는 입장만 내온 의협이 또 다시 의사 단체의 권위를 앞세워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계란 농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마치고 후속 조치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안전성 판단 기준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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