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우울증 vs. 조현병’, 뇌 영상은 달라

최근 급속한 영상 의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CT(컴퓨터 단층 촬영)나 MRI(자기 공명 영상)와 같은 각종 검사를 통해 몸 안에 생긴 작은 종양이나 미세 골절까지 진단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장비로도 객관적인 진단이 어려운 분야가 있다. 바로 우울증과 조현병과 같은 정신 질환이다.

현재 우울증이나 조현병의 진단은 보통 설문과 상담을 통해 증상을 진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때 사용하는 진단 기준은 지난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APA)가 발간한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5(DSM-5)’. 이는 신경생물학적 근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임상 증상 위주의 진단 기준으로 많은 전문가는 과잉 진단이나 오진, 약물 오남용 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와 관련해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도 DSM-5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분자생물학, 유전학, 신경회로 등 기존 연구에 기반을 둔 정서, 인지, 의욕, 사회 행동에 대한 뇌 기능적 영역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정신 질환에 대한 객관적인 새로운 진단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박일호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최근 기능적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우울증과 조현병의 무의욕증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뇌 기능의 차이가 있음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우울증과 조현병은 전혀 다른 질환이지만 생활 속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 ‘무의욕증’이라는 공통된 주요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치료 양상은 다르다. 우울증에서 발현되는 무의욕증은 치료가 잘 되는 반면, 조현병에서는 치료가 어려워 환자의 기능적 장애가 지속되는 주요 원인되기도 한다.

박일호 교수는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을 이용해 우울증 및 조현병 환자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 기능 가운데 보상 회로의 연결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관찰·분석했다.

연구 결과 무의욕증이라는 같은 증상을 보이더라도 우울증과 조현병 환자에게 신경생물학적인 뇌 기능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환자는 보상 회로의 연결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반면, 조현병 환자는 연결성이 전두엽의 일부인 눈확이마겉질(orbitofrontal cortex, 안와전두피질)에서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또 우울증 환자는 보상을 얻기 위해 작업에 들이는 노력이 부족했고, 조현병 환자는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결핍돼 있었다.

박일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울증과 조현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무의욕이 뇌 기능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이는 정신 질환 진단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연구가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까지 쉽지 않다. 하지만 기능적 뇌 영상 연구가 보다 활발해진다면 정신 질환의 병태 생리적 진단 뿐 아니라 이에 따른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 4월 신경 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사진출처=liza54500/shutterstock]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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