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독성, 어린이는 1개도 ‘위험’

살충제 잔류 계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살충제의 위험성과 관리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살충제 ‘피프로닐’이 있다. 피프로닐은 주로 쌀, 잔디 등의 식물에서 곤충을 제거하거나 개, 고양이 등에서 벼룩이나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닭과 같이 식용으로 사용되는 동물에 대해서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사람이 피프로닐에 노출될 경우 구토, 두통, 복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피프로닐에 대한 가벼운 노출로 인한 증상은 별도의 치료 없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반복 노출될 경우 간이나 신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최근 연구에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신경계이나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피프로닐에 대해 코덱스(codex) 기준을 잠정 적용하고 있다. 코덱스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제정하는 국제 식품 규격이다. 코덱스 기준에 따른 계란에서의 피프로닐 허용 기준은 0.02ppm, 즉 1㎏당 0.02㎎ 이하다. 닭은 0.01ppm이다.

문제는 피프로닐이 남아 있는 계란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피프로닐은 실험쥐에서의 반수 치사량이 97㎎/㎏이다. 1㎏당 97㎎을 먹였을 때 실험쥐의 절반이 죽었다는 뜻이다. 이를 60㎏ 성인으로 환산하면 약 5.8g 정도 된다. 물론 이는 반수치사량을 환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양은 이보다 적다.

먼저 문제가 된 유럽의 경우, 독일연방위험평가연구소는 피프로닐이 함유된 계란이라도 코덱스 기준을 만족한다면 65㎏의 성인은 하루에 7개까지, 16㎏의 어린이는 1.7개까지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의 경우 피프로핀이 남아있는 계란을 먹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경기도 남양주 마리농장의 계란에서는 0.0363㎎/㎏의 피프로닐이 발견됐다. 기준치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를 코덱스 기준으로 환산하면, 65㎏의 성인은 하루 4개 미만, 16㎏의 어린이는 1개도 채 되지 않는다. 특히 나이가 적은 아이들은 문제가 된 계란을 하루에 하나만 먹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나마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계란 소비량은 1년에 242개로 하루에 0.66개 수준이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계란 섭취로 인해 문제를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것.

그런데도 여전히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프로닐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지만 실제 계란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게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유럽에서 문제가 발생한 뒤로도 정부가 1주일 이상 국내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 문제가 된 농장 가운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등이다.

특히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평상시 정부의 식품 안전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에 추후에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한편에서는 피프로닐의 환경 위험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뤄지고 있다. 피프로닐이 꿀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피프로닐이 꿀벌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0년 꿀벌 대량 폐사의 원인이 피프로닐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피프로닐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14년부터 피프로닐 함유 농약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도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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