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진 사퇴’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가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서 사퇴했다. 임명 후 4일 만이다.

청와대는 지난 7일 오후 늦게 박기영 교수를 국가 연구 개발(R&D) 예산을 심의하는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임명 직후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과거 황우석 사건 당시 조작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연구비 지원에 관여하는 등 황우석 사건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박기영 교수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에 여러 단체에서 반대 성명이 이어졌다. 임명 다음날인 8일에는 건강과대안, 시민과학센터,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등 9개 단체가 공동으로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 사기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을 과학기술 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 민심이 요구한 적폐 세력 청산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임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신뢰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9일에는 과학기술 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박 교수의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SC는 성명에서 “박기영 교수는 과학기술계가 바라는 철학을 공유하지 않는다”며 “그에게서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과학기술인이 “경제 개발 프레임에 갇혀 국가에 희생하는 부속품으로 취급받았다”며 “나라가 나라다워지려면, 과학이 과학답고, 공학이 공학다우며, 기술이 기술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서울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에서 박기영 교수의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 초안을 마련하고 서명을 받는 등 과학기술계의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성명서에는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연구의 문제를 알면서도 화려한 실적과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한 양심없는 과학자이거나, 황우석과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깨닫지도 못할 만큼 실력과 자격이 없는 과학자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국가 연구 개발비를 집행하는 중책을 맡길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박 교수의 임명을 “연구 윤리를 정립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무시하는 한국 과학계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성명서에는 박기영 교수가 황우석 사태 당시 보여준 모습에서 정치적 능력과 연구자로서의 자질 모두 부족함을 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과거의 정부 주도 방식으로 진행된 과학 연구 후원과 거대 프로젝트로는 과학계의 연구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담고 있다.

이런 반대 목소리에 박기영 교수와 청와대는 다시 한 번 이해를 구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10일 박 교수가 과학기술계 정책 간담회 자리에서 직접 사과하는 한편, 청와대에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박 교수의 임명 배경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반대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박 교수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도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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