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박기영, 11년 전 황우석 연상시켜”

건강과대안, 시민과학센터,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12개 단체가 11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두 번째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8일 9개 단체가 공동 성명을 발표한 후 3일 만이다.

 

두 번째 성명은 지난 10일 이뤄진 청와대의 브리핑이 계기가 됐다. 청와대는 지난 7일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후 높아지는 임명 철회 및 사퇴 요구에 대해 박 본부장의 임명 이유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실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IT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 경쟁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가장 높았다”며 “박 본부장은 공도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황우석 사태 당시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사건에 무거운 책임이 있지만 공도 있으니 이점을 고려해 달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은 청와대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황우석 사태는 한 과학자의 단순한 일탈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과학계 및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제쳐두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잘못된 과학기술 정책이 빚어낸 참사”라고 지적했다.

 

또 이 단체들은 “지난 11년간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박 전 보좌관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일부 원로들에 둘러싸여 입장을 밝힌 후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병풍 기자 회견을 연상하게 했다”고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단체들은 “박 전 보좌관은 정책 능력과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과거의 행적뿐만 아니라 업무 역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히 “박 전 보좌관은 노무현 정권에서 엉터리 선택과 집중을 주도했다”며 “개발 독재에 뿌리를 둔 무리한 국가 개입과 결과 중심주의는 촛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단체들은 “사회적 신뢰를 잃은 박 전 보좌관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적임자가 아니다”며 “청와대가 박기영 본부장의 임명을 철회할 때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청와대는 박기영 본부장 임명을 철회하라!

 

과학 적폐에 대한 청와대의 상황 인식을 이해할 수 없으며,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기자회견은 촛불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1. 각계각층의 요구에도 청와대는 박기영 전 보좌관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와는 반대로 청와대는 보좌관 재직 당시의 공을 거론하며 공평한 평가를 요구했다. 청와대가 말하는 ‘공’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지만 우선 황우석 사건이 한 과학자의 단순한 일탈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황우석 사건은 정부가 과학계 및 시민 사회와의 소통을 제쳐두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잘못된 과학기술 정책이 빚어낸 참사이다. 당시 박기영 보좌관이 주도한 이러한 잘못된 과학기술 정책이야말로 개발 독재의 유산이며 과학 적폐다. 우리는 박기영 본부장의 임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

 

2. 시민사회는 박기영 전 보좌관의 진정성 없는 사과를 수용할 수 없다. 지난 11년간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박 전 보좌관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 감사원, 생명윤리심의위원회, 서울대조사위원회 등의 조사와 관련 공무원의 증언을 통해 정부와 황우석 박사와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오랜 기간 침묵했다.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이후에도 황 박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한 어제의 사과는 수용할 수 없다. 기자 회견 형식도 문제다. 일부 원로들에 둘러싸여 입장을 밝힌 후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11년전 황우석 박사의 병풍 기자 회견을 연상하게 했다. 구국을 운운하는 모습은 황 박사의 애국심 마케팅과 너무나도 닮았다. 이러한 태도는 시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뿐이다.

 

3. 박 전 보좌관은 정책 능력과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 사퇴를 거부하며 밝힌 정책 방향도 새롭지 않다. 박 전 보좌관은 노무현 정권에서 청년 과학자에게 배정된 예산을 스타 과학자에게 몰아주는 엉터리 선택과 집중을 주도했으며, 윤리적 논란에도 규제를 완화해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다. 개발 독재에 뿌리를 둔 무리한 국가 개입과 결과 중심주의는 촛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박 전 보좌관은 보건의료 상업화를 주창한 의료 산업화를 공식 정치에 포함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은 학계에서 조차 논란이 많은 개념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창조 경제의 다른 버전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제대로 기획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이해, 협력, 조정, 신뢰가 필수적이다. 이미 사회적 신뢰를 잃은 박 전 보좌관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적임자가 아니다.

 

4. 시민사회는 청와대가 박기영 본부장의 임명을 철회 할 때 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리는 불명예 퇴진한 특정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박기영 전 보좌관은 연구 부정행위에 가담했고, 특정 과학자와 결탁해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파탄 냈던 장본인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20조 원의 연구 개발비를 관장하고, 국가의 과학기술정책 전반을 다루는 막중한 역할을 박 전 보좌관에게 맡길 수 없다.

 

2017년 8월 11일

 

건강과대안,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과학센터, 서울생명윤리포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도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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