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의료 정보 플랫폼? 애플보다 앞서 국내 이미 상용화

산업부 PHR 플랫폼 사업단 2015년 출범…”이종 데이터, 이종 플랫폼 연동”

진료 기록 환자 관리 권한 강화 등 ICT 융복합 분야 네거티브 규제 도입 급선무

최근 애플이 아이폰으로 개인 의료 정보를 모으는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헬스 IT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애플보다 앞서 개인 의료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상용화 단계지만, 융복합 신산업에 대한 국내 정서가 보수적이어서 사업에 탄력을 더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2015년에 산-학-연 컨소시엄을 꾸려 개인 건강 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 플랫폼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PHR은 의료 기관의 전자 의무 기록(EMR)을 비롯해 IoT(사물 인터넷) 헬스 케어 기기로 측정된 혈압, 혈당과 같은 건강 데이터, 웨어러블 기기에서 생성되는 활동량 등 라이프로그(life-log), 유전체 데이터 등 우리 몸이 평생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총칭한다.

사업단은 3개년 계획을 세워 국내에서 상용화된 PHR 플랫폼 라이프레코드(LifeRecord)를 고도화하고 있다. 질병 분석 및 예측 시스템 ‘아데니움(Adenium)’을 탑재하고, PHR을 분석해 암 재활, 호흡 재활, 영유아 성장 케어 등 생애 주기별로 다양한 개인 맞춤형 헬스 케어 서비스를 개발해서 분당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등 대형 병원과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사업단의 핵심 솔루션인 라이프레코드는 클라우드 기반 PHR 플랫폼이다. 지난해 의료법 시행령 개정으로 의료 기관이 자체 보관해 온 EMR을 외부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라이프레코드는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EMR뿐만 아니라 라이프로그 등을 클라우드에 수집, 저장해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외부 헬스 케어 서비스 사업자(3rd Party)에게 API(데이터와 서비스 연계)를 지원해주는 플랫폼이다.

사업단 주관사이자 라이프레코드 개발사 라이프시맨틱스 송승재 대표는 “라이프레코드는 각 의료 기관에 흩어진 EMR을 비롯해 서로 다른 IoT 헬스 케어 기기와 애플 헬스킷, 구글 핏, 삼성 S헬스 등 글로벌 디지털 헬스 플랫폼의 건강 데이터까지 다양한 국제 표준 기술로 연동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라이프레코드와 같은 PHR 플랫폼으로 개인이 자신의 PHR을 통합 관리하고 필요할 때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EMR의 외부 클라우드 보관이 허용돼 의료 기관끼리 전자적으로 진료 정보를 교류하는 시대인데도 환자가 자신의 진료 기록을 의료 기관으로부터 전송받아 열람할 수 있는 규정은 의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법에 쓰여야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 일변도이다 보니 의료 기관도 관행적으로 오프라인으로만 진료 기록을 발급해주는 상황이다.

더욱이 의료 기관이 휴·폐업하면 보건소로 의무 기록을 옮기거나 보건소장 허가를 받아 의료 기관 개설자가 직접 보관해야 하는데, 장소의 한계 등으로 보건소 이관율이 저조해 체계적 관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존 기간이 지난 진료 기록은 개인 정보 보호법에 따라 폐기되기 때문에 진료 기록을 찾고 싶어도 못 찾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환자 가족 A씨는 “집 없는 서민이 몇 번 이사하다 보면 오프라인에서 발급 받은 진료 기록의 행방은 묘연해지기 일쑤”라며 “오래 가는 질환뿐 아니라 재해 후유 장애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환자나 환자 가족이 인터넷 환경에서 진료 기록을 확보해 추적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재활 군인이 자신의 PHR을 편리하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블루 버튼(Blue Button) 서비스를 도입해 개인 전자 의료 정보에 대한 관리 권한을 환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를 보면 일본 총무성은 고령자 건강 관리를 위해 개인과 의료 관계자가 건강 데이터를 공유해 이용하는 의료 정보 관련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빅 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IoT가 어우러진 PHR 플랫폼과 같은 ICT 융복합 신산업에는 법으로 금지하지 않으면 모두 허용해주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에 융복합 신산업 분야를 시작으로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확산을 약속한 바 있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산업 구조가 단순한 전통 산업에서는 법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명시하는 포지티브 규제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융복합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환자가 자신의 진료 기록을 전송 받아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한국형 블루 버튼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오프라인 진료 기록 발급에 따른 환자 불편을 덜뿐더러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 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보건의료 산업의 ICT 융복합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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