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우울증·강박증 치료 효율 높이는 길 열어

우울증, 강박증, 불안증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제는 처방 방법에 논란이 많다. 약제의 용량과 치료 효과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차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이 약제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한발 가까워진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우울증, 강박증 등을 치료할 때는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가 우수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인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이 가장 많이 쓰인다. 그런데 이 약제에 대한 치료반응이 없는 환자는 관습적인 용량보다 더 높은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용량을 증량하더라도 더 이상의 치료효과는 없다는 반대 주장도 있다. 에스시탈로프람에 대한 치료 반응의 개별차가 크기 때문에 이처럼 의견이 상반된다.

즉 개별차를 줄이기 위해선 환자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에스시탈로프람이 뇌에 어떻게 분포되고 흡수되는지에 대한 연구와 이에 따른 최적 용량 및 용법 설정이 필요하단 것이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은 에스시탈로프람의 효율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자 에스시탈로프람의 용량과 뇌에서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수용체 점유율 간의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2명의 건강한 자원자에게 에스시탈로프람을 복용하도록 한 후, 에스시탈로프람의 혈중 농도와 에스시탈로프람에 의한 뇌 수용체 점유율을 양전자 단층촬영(DASB PET)으로 연속 측정했다. 복용 하루 전, 복용 후 3시간, 24시간, 46시간이 되는 시점에 고해상도 영상을 측정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에스시탈로프람에 의한 혈중 농도와 수용체 점유율의 관계가 뇌 영역 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뇌 뒤쪽의 배측봉선핵(Dorsal raphe nucleus)이 피각(Putamen)에 비해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수용체의 밀도가 높아 에스시탈로프람이 더 높게 분포되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즉 환자마다 우울증 치료제의 치료 효과가 지연되는 현상은 뇌 영역에 따라서 약물의 수용체 점유율에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약물 분포와 흡수가 뇌 영역별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는 “약물의 뇌 분포도를 연구한 이번 결과는 우울증 및 강박증 치료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항우울효과나 항강박효과가 빠르고 안전하게 나타나도록 다른 약제와의 병합 요법을 시도하는 가능성도 열었다”고 말했다.

또 “약물을 복용하면 약물이 뇌에 고르게 분포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반대로 뇌 영역에 따라 다르게 분포되고 있었다”며 “이를 통해 치료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약물 처방과 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치료하는 맞춤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연구 결과는 약동학 연구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임상약동학(Clinical pharmacokinetics)’에 게재됐다.

[사진1=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좌),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우)]

[사진2=에스시탈로프람 투여 전과 3, 24, 46시간 후에 측정 된 뇌영역 수용체 점유율의 차이]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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