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생리하면 나도..과학적 근거 없다(연구)

남성들에겐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여성들 사이엔 진실처럼 통용되는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월경 동기화’다. 친구가 생리를 하면 본인도 따라 하게 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많은 여성들이 진실로 믿고 있는 이 현상의 과학적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

끈끈한 우정은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들 사이에도 진한 우정이 형성된다. 심리적 거리는 물론 물리적인 거리까지 가까워지면 심지어 월경 주기까지 동일해진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생리 주기까지 닮는다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풍설에 불과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이 친한 친구들끼리 진짜 월경 시기가 비슷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월경 일지를 기록하는 어플을 분석했다. 총 360쌍의 친한 친구들이 이 실험에 참여했다. 여기서 친한 친구란 자매, 룸메이트, 혹은 연인관계에 있는 두 여성들을 의미한다.

실험은 총 3개월간 진행됐고, 이 기간 동안 호르몬 피임요법을 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3개월간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친한 여성들 사이에 월경 주기가 동기화되는 현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실험참가자의 76%에 해당하는 273쌍은 오히려 실험 초기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월경 주기 격차가 벌어졌다. 이 중 100쌍은 함께 동거를 하며 물리적인 거리까지 매우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월경 주기가 동일해지지는 않았다.

함께 사는 여성은 월경 주기가 비슷해진다는 ‘월경 주기의 동시성’에 대한 또 다른 선행 연구도 이 현상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기숙사에서 1년간 함께 생활한 중국 여성 18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월경 시기가 동기화되는 현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월경 주기가 동기화된다는 개념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이는 1970년대 네이처(Narture)저널에 실린 하버드대학교의 논문에서 비롯된다. 해당 논문은 생리적인 특정 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인 페로몬이 한 여성에서 다른 여성으로 이동하면서 생리 주기가 동일해진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은 해당 논문의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매우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은 친구와 비슷한 월경 주기를 갖고 있다고 느끼는 여성들이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이는 ‘우연’으로 보면 된다. 월경 주기가 완벽할 정도로 일정한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다보면 어느 순간 친구와 겹치는 시기가 온다. 이를 월경 동기화로 오해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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