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이 주부 갱년기 악화시킨다

주부 윤모씨(52)는 폐경과 함께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몸에 열이 나거나 춥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몸만큼이나 마음도 변덕스러워졌다.

윤 씨가 밤마다 술을 마시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맥주 한 캔만 마셔도 금세 잠들 수 있었다. 우울한 마음도 술을 마시면 한결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량은 늘어만 갔고 술에 취해 울거나 하소연을 늘어놓는 일도 잦아졌다. 가족들이 이런 자신의 술 문제를 지적하면 벌컥 화를 내고 잔소리를 피해 술병을 숨겨놓고 마시기도 했다.

결국 윤 씨는 만취해 자해소동을 일으킨 사건을 계기로 가족들 손에 이끌려 알코올 전문병원을 찾게 됐다. 여성에게 나타나는 폐경은 난소의 노화로 일어나는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현상이다.

보통 폐경은 마지막 생리 후 무 월경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전후 기간을 갱년기라고 부른다.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9.7세다.

인구학적으로 볼 때 50세 이상의 폐경여성 인구는 22.3%를 차지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30년에는 이 비율이 43.2%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폐경 상태로 남은 인생을 보내는 셈이다.

그럼에도 갱년기를 단순히 참고 지나가야 할 시기로 여겨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알코올 문제를 갱년기 증상으로 간과해 방치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갱년기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며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해 갱년기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골다공증,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각종 질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갱년기 여성 중 65% 이상이 경험하는 우울증에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갱년기에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행복 호르몬’ 세라토닌의 수치가 감소해 감정 기복을 느끼기 쉬운데 이 때 기분을 달래기 위한 자가 처치로 술을 찾는 여성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술은 도파민과 엔도르핀의 수치를 높여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러나 알코올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우울한 감정에 빠지게 되고 또 다시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허 원장은 “실제로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한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 중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여성은 알코올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 집에서 혼자 몰래 마시는 경향이 높은 만큼 주변의 관심과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출처=bikeriderlondon/shutterstock]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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