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의사’ 시대..의료혁명 뒤에 숨은 궁금증(下)

인공지능 ‘왓슨’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보험업계도 진출해 고객들을 상대로 보험상담을 하게 될 예정이다. 또한 쇼핑몰에서도 고객들과 자동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상품을 추천하고 온라인 픽업 서비스 안내까지 하게 된다.

이를 위해 미국 국적의 왓슨은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마치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처럼 말이다. 미국 태생의 인공지능 왓슨이 분야를 안가리고 현지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왓슨에 대해 의문부호가 다는 경우가 있다. 그 불확실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첫째, 시차가 존재한다?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한 병원들의 환자 진료 사례에서 의사와 왓슨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왓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에서는 “한국 의료 환경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의료 환경과 사용되는 의약품 등이 한국과 다르듯이 그런 부분에서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미국에서 허가된 신약은 미국 환자들에게 사용이 될 순 있지만 한국 환자들이 이 신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내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 IBM 관계자도 “왓슨은 2012년부터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MSKCC)에서 지금까지 암 환자 진료경험을 학습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한국 의료환경이나 진료경험을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시차가 있을 수 있다. 진료 데이터가 축적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왓슨이 이런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의 진료 경험이 더욱 필요하고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국인들에게 최적의 진료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 한국은 테스트 마켓?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임상시험 절차를 거친다. 환자들을 상대로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시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환자가 사망에 이르러 신약개발이 중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용하는 환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공지능 의사로 불리는 왓슨도 임상시험과 같은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의약품 처럼 환자 몸에 투여되는 형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인공지능의 불확실성에 의해 왓슨의 처방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신뢰성 측면에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IBM이 한국에서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더불어 실질적인 왓슨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IBM 관계자는 “왓슨은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며 “실제 사용에 앞서 왓슨은 미국의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거쳤고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데이터 수집은 IBM의 목적이 아니다. 왓슨은 인공지능이라는 특성상 환자를 진료하면서 발생되는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진화한다”며 “데이터 수집이 아닌 경험을 통해 왓슨이 한국 환자들에게 더욱 쾌적한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왓슨은 현재 미국의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와 MD앤더슨 암센터, 클리블랜드 클리닉, 메이오 클리닉, 뉴욕게놈센터, 태국 범룬그라드(Bumrungrad) 병원, 인도 매니팔 병원(Manipal Hospitals) 등에서 암 환자 진단과 임상환자 선별 등 다양한 연구 및 치료를 진행 중이다.

셋째, 의사인가, 의료기기인가

사회적으로 왓슨을 인공지능 의사라고 부르고 있지만 정작 왓슨의 개발사와 왓슨을 도입해 운영하는 병원들은 인공지능 ‘의사’라고 불리는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왓슨을 인공지능 ‘의사’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길병원 관계자는 “왓슨은 기계가 아닌 프로그램”이라며 “의사라고 하면 스스로 환자를 진료하고 그에 따른 처방, 그리고 치료를 수행해야 하지만 왓슨은 단순히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와 치료방법을 조언해주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IBM 관계자는 “왓슨을 의사라고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왓슨은 의사가 좀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파악하고 진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했다. 또 다른 IBM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인공지능 의사라는 표현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 왓슨을 의료기기로 봐야 할까.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공지능 왓슨은 의료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용 인공지능 제품 중 문헌을 검색해 정보를 제공하는 기기는 의료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질병을 진단, 치료, 예방하기 위해 환자의 생체측정정보 의료영상 등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로 분류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왓슨은 의사가 진단한 결과를 입력하면 논문을 검색해 적합한 치료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설명: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백혈병 전문의가 IBM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을 적용한 시스템을 이용해 환자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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