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 “미국 의학교육-의료체계에 재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7일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비자 발급을 최소 90일 이상 중단하고 모든 난민 수용을 120일간 멈추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특히 이런 조치가 외국인 의료 교육과 미국의 의료체계를 무너뜨려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외국인 의료졸업생 교육위원회(Educational Commission for Foreign Medical Graduates, ECFMG)에 따르면 2015년에만 자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와 전공의 교육을 받는 유학생 비율이 전체의 24%나 된다.

이때 유학생들은 ‘J-1 비자’(교환방문 비자)를 받게 되는데, J-1 비자는 교육훈련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 2년 동안 거주하거나 ‘귀국의무 면제승인(J-1 waiver)’을 받아 미국 내에서 임상의사로서 활동해야 한다. 그런데 2014~2015년도에 이 J-1 비자로 훈련받은 9,206명의 국적 가운데 상위 10개국이 무슬림 국가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시 미국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귀국의무 면제승인을 받아 임상의사로 활동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외국인 의대 졸업생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과 행정, 병원 연결 등을 담당하는 기관과 책임자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단 엄격한 자격 요건과 면접이 필요한 미국 의대에 지원하려는 외국인이 크게 감소했고 국적에 따라 전공의 훈련생을 선발하는 것은 인종차별적 요소가 짙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미국 내에서 훈련을 받고 활동 중인 의사들도 과도한 업무와 업무 스트레스,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의료 졸업생 교육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민자들이 미국의 의료체계와 의학기초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는데, 단지 국적과 피부색을 이유로 이런 성과가 모두 퇴보할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미국의 이익으로 볼 것이 아니라 환자, 의사, 교육, 의료 정책 등이 뒤얽힌 국가의 건강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비단 이슬람 유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 중심주의를 내세워 교육과 취업 비자 전체를 손보겠다고 공언했고, 한국 의료 유학생들도 “훈련과 취업이 제한되고 차별이 커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당장 미국 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H-1B)’와 ‘J-1 비자’를 재검토한다는 소식에 미국 외 다른 국가를 알아보고 있는 유학생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출처: Evan El-Amin / Shutterstock]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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