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감은 질병-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

사람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 중 ‘혐오감’은 심리학자들의 꾸준한 관심사다. 이 같은 감정이 생긴 이유를 하나의 가설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꼽고 있는 여러 가설 중 하나는 ‘사람도 동물”이란 사실을 상기시키는 사건에 대한 방어기제로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런데 최근 이에 반박하는 또 다른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사람은 세균이 득실거리거나 질병의 매개가 되는 사물에 혐오감을 느낀다. 또 ‘사람도 동물’이란 사실을 연상시키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혐오라는 감정이 발생할 것이란 게 기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사람의 동물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방어적 반응이란 설명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가설을 실질적인 실험을 통해 검증해본 적은 없다. 이에 미국 보스턴대학 연구팀이 최근 북아메리카와 인도에 거주하는 수백 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람은 동물적 본능을 가지고 있단 사실을 상기시키는 상황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실험참가자들의 감정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사람도 동물이란 사실을 인식케 만드는 불쾌한 상황에 혐오감을 표현했다. 가령 “사고로 내장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사람”이나 “과학실 알코올에 보존된 사람의 손”과 같은 상황에 혐오감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동물이란 사실을 상기시키더라도 벌어진 상황이 불쾌감을 일으키지 않을 땐 혐오감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령 “실크처럼 부드럽고 긴 여성의 머리카락은 말의 갈기를 연상시킨다”거나 “아기의 배를 간지럽히면 강아지 배를 간지럽힐 때가 떠오른다”와 같은 상황에선 사람도 동물이란 생각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혐오감이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실험참가자들은 불쾌한 상황보다 불쾌하지 않은 상황일 때 사람도 동물적 본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감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볼 때 혐오감을 촉발하는 것은 동물성이라기보단 건강을 위협받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사람이 인간의 동물성을 인지할 때 진짜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지 확인한 첫 번째 실험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동물성보단 건강이나 죽음에 대한 걱정이 혐오감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단 점에 이번 연구의 의의를 두었다. 논문은 ‘인지와 감정(Congnition and Emotion)저널’에 실렸다.

[이미지출처: Halfpoint/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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