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의 뇌는 서로 다르게 늙는다

남녀의 뇌는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을 만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약간의 구조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 중 하나는 기억력과 연관된 부분이다. ‘북미폐경기학회(Journal of the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기억력 테스트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는다. 이 같은 차이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는 노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남성과 여성의 뇌 노화 과정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성은 언어기억에 유리하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때 보는 언어기억 테스트가 있다. 신경학(Neurology)저널에 실린 최신 논문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수준으로 뇌 쇠퇴가 일어나도 이 테스트에선 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언어기억에 관한 능력이 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학습법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단어들을 나열한 항목을 암기하도록 했을 때 여성은 단어의 의미를 기초로 단어들을 떠올리는 반면, 남성은 항목의 순서에 따라 단어를 기억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은 남성보다 좌뇌와 우뇌가 좀 더 잘 소통하는 구조를 가졌다는 점도 기억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의 뇌가 좀 더 잘 축소된다= 뉴로사이언스레터(Neuroscience Letters)에 실린 영국과 핀란드 공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8.5년 동안 진행한 실험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의 뇌 용적이 남성보다 좀 더 잘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이 34~43세 사이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65~82세 사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플로스원(PLOS ONE)저널에 실린 연구논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뇌의 발달과정은 물론, 노화과정에 있어서도 성별 차이가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축소되는 뇌 영역이 서로 다르다= 여성의 뇌가 전반적으로 좀 더 잘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축소되는 영역은 남녀 차이가 있다. 미국국립보건원이 MRI 촬영을 진행한 결과, 남성은 여성보다 대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이 좀 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부위들은 성격, 감정, 인지능력 등을 지배하는 영역이다. 반면 여성은 해마와 두정엽이 좀 더 잘 줄어들었다. 이 부분들은 기억력, 언어력, 공간 및 시지각과 연관된 영역이다.

축소된 영역은 질환과도 연관성을 보인다= 노화로 일어나는 뇌의 물리적 변화가 남녀의 기억력 혹은 뇌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남성은 파킨슨병 발병율이 높아지는 반면, 여성은 알츠하이머 발병율이 높은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차이는 뇌 축소라는 물리적 변화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여성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성과 남성은 호르몬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점도 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폐경기에 이른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러한 변화가 기억력 손실과도 연관성을 보인다. 폐경기에 이른 여성은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은 증상을 보이는데, 이 같은 증세가 호르몬 수치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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