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쇼를 보는 이유는 ‘공감’ 때문

TV쇼 중엔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오디션이나 몰래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 같은 TV쇼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여기엔 심리학의 원리가 숨어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일상적인 상황에 노출돼 비웃음 살만한 행동을 하고 창피를 당하는 상황을 시청자들은 박장대소까지 터트리며 지켜본다. 이 같은 즐거움은 관음증적 시선 때문일까, 상대방에 대한 공감대 형성 때문일까.

리얼리티 쇼는 많은 시청자를 TV 앞으로 이끌며 각 방송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한다. 리얼리티 쇼에 참가한 일반인이 굴욕적이고 가학적인 상황에 놓였다거나 망신을 당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웃고 즐긴다는 점 때문이다.

학자들 사이에도 리얼리티 쇼를 바라보는 시선은 상반된다. 일부는 리얼리티 쇼를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놓고 공감과 연민의 감정을 촉발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반면 또 다른 일부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관음증적 욕구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에 최근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 연구팀이 이처럼 충돌되는 관점 중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울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미디어심리학저널(Journal of Media Psychology)’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총 183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아메리칸 아이돌’, ‘빅브라더’, ‘마스터 셰프’처럼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12가지 리얼리티 쇼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이 리얼리티 쇼를 얼마나 자주 보는지, 즐겁게 보고 있는지,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참여한다 해도 기꺼이 동의할 의향이 있는지 등에 대해 답했다. 또 죄책감을 느끼는 일, 창피한 습관 등 자신과 연관된 사적인 영역을 폭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했다.

답변 분석 결과, 상당수의 실험참가자들이 리얼리티 쇼를 즐겨본다고 답했으면서도 본인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창피당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리얼리티 쇼 시청의 즐거움과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사가 서로 음의 상관관계를 그린다는 설명이다. 또 예상 가능하듯 자기폭로를 기꺼이 하겠다고 밝힌 사람일수록 참여욕구가 높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설문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봤을 때 사람들이 리얼리티 쇼를 보는 이유는 상대방의 모욕감을 즐기는 이유보단 공감하는 감정이 크기 때문일 것으로 보았다.

참가자와 같은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는 상대방이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보단 얼마나 창피하고 굴욕적인지 공감한다는 감정이 우선이란 설명이다. 단 이 같은 해석을 기준으로 인간은 공감과 연민의 감정을 항상 우선시하는 동물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인간의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때론 설명이 안 되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하기도 하는 동물이다. 이런 이유에서 리얼리티 쇼를 보는 이유 역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보다 다각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출처:Olena Yakobchuk/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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