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 없이 타는 스키, 눈에 치명적

여름에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지만 겨울철에는 자외선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키장에서는 사고로 인한 외상의 위험만큼이나 자외선으로 인한 눈의 부상 위험도가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겨울철 스키장에서의 자외선은 지면의 흰 눈(snow)이 80-90%이상 반사되어 한 여름 모래사장에서 받는 자외선의 강도보다 3-4배 이상 높다. 즉 스키장에서의 자외선은 한여름의 태양볕보다 강렬한 셈이다.

중앙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이러한 자외선에 눈이 노출되면 자외선 중 파장이 짧은 UV-B에 의하여 주로 눈의 앞쪽에 위치한 각막 표면이 손상 받게 된다. 눈이 자외선에 수 분 내지 수 시간 정도 노출될 경우 각막의 피부에 해당하는 각막상피세포가 파괴되어 자외선 각막병증이 발생한다.

또한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자외선 중에서도 일부 330nm 이상의 긴 파장의 빛에 의하여 수정체에도 손상을 입어 백내장이 유발될 수 있으며, 이외 익상편이나 검열반과 같은 결막 표면 노화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눈밭에서 오랜 시간 야외활동을 즐기다가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안질환은 ‘설맹증’이다. 눈에 반사되는 자외선으로 인해 각막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글이나 선글라스 없이 장시간 겨울 스포츠를 즐기다가 쉽게 발병할 수 있다.

눈동자가 장시간 눈에 반사된 자외선에 노출되면 그로 인한 화상으로 각막 손상과 염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각막의 상처 난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거나 염증이 심해지면 각막 궤양과 같은 질환이 생겨 심각한 경우 실명의 위험에 이를 수 있다.

설맹증 증상은 눈의 가장 앞쪽면인 각막상피세포의 부종, 세포 탈락 및 미란 등으로 인하여 이물감, 통증, 충혈, 눈물흘림, 눈부심 등이다. 특히 노출된 자외선 파장과 노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증상은 자외선에 노출 후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약 8-12시간 후에나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자외선 노출 당시는 본인의 자각 증상이 없고, 자외선에 의해 각막 신경이 먼저 손상 받기 시작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자외선 노출 후 8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스키를 타고 있는 동안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다 타고 나서 저녁부터 많은 눈물흘림과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특히 라식과 라섹 같은 시력교정수술을 받았다면 심한 자외선 노출로 인해 검은 동자에 혼탁이 생겨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자외선 차단 렌즈를 착용하는 게 좋은데, 스키장에 가기 전 안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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