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가능성 높이려면 관계 자주 해야”(연구)

성활동이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강화해 임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 결과는 임신·출산을 원하는 부부는 임신이 가능한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성관계를 맺기보다는, 가임기 외에도 될 수 있으면 자주 성관계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킨제이연구소 티어니 로렌즈 교수 연구팀은 성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여성 15명과 성생활을 절제하는 여성 15명 등 총 30명의 생리주기 전반에 걸친 건강기록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킨제이연구소의 여성·면역·성건강(WISH)연구의 일환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여성들은 ‘헬퍼 T세포’(helper T cells) 및 이 세포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쓰는 단백질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여성 집단과 성생활을 절제하는 여성 집단 간에는 항체의 수치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신 기간 및 출산 후 면역기능의 변화와 생리주기 전반에 걸친 면역기능의 변화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성활동이 면역시스템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성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여성들과 그렇지 않은 여성들 사이에는 면역시스템 변화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헬퍼 T세포는 몸 안에 침입하는 미생물을 파괴해 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인체의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또 항체(일명 면역글로불린)는 백혈구에 의해 분비되며 인체가 외부 침입자들을 퇴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렌즈 박사는 “인체는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지만, 이 논리를 정자나 태아에 적용할 경우 임신이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여성에게 면역기능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이 같은 딜레마에 대한 반응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1형 헬퍼 T세포는 인체가 외부침입자를 방어하는 것을 돕는다. 2형 헬퍼 T세포는 인체가 ‘외부 침입자’로 해석할 수 있는 정자의 존재나 태아의 출현 등 임신 징후를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또 일반적으로 여성 생식계의 점액에서 발견되는 면역글로불린 A 항체는 정자의 운동 및 다른 임신 징후를 방해한다. 일반적으로 혈액에서 발견되는 면역 글로불린 B 항체는 자궁을 방해하지 않고 질병과 싸우는 걸 돕는다.

로렌즈 박사 연구팀은 성생활을 활발하게 하고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의 황체기에 2형 헬퍼 T세포의 수치가 유의미하게 더 높은 것을 발견했다. 황체기는 임신에 대비해 자궁내벽이 두꺼워지는 시기다. 또 이들 여성들의 난포기에 1형 헬퍼 T세포의 수치가 유의미하게 더 높은 것을 발견했다. 난포기는 난소의 난포가 성숙해지는 시기다.

연구팀은 또 성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여성들의 황체기에 면역글로불린 G의 수치가 더 높고, 난포기에는 면역글로불린 A의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나는 등 면역글로불린의 변화가 비슷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성생활을 절제하는 여성들에게선 면역시스템의 변화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로렌즈 박사는 “연구팀은 면역시스템이 일종의 사회적 행동인 성활동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성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여성들의 면역시스템은 임신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 준비를 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면역시스템이 외부 위협에 반응하기 위해 기다리는 수동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물리적 환경이나 사회적 행동 같은 외부적인 징후에 반응해 변화하는 매우 능동적인 시스템이라는 최근의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 로렌즈 박사는 “이번 연구는 여성들의 면역반응에서 뜻밖의 변동성을 발견한 이전 연구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며, 면역질환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임신과 불임’저널과 ‘생리학과 행동’저널에 발표됐으며,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 코덱스’, 성 전문 인터넷신문 속삭닷컴이 보도했다.

    이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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