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감각은 경험 보다 타고나는 것?

길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매우 무디어 길을 바르게 인식하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을 길치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은 내비게이션 등 길 도우미가 있어도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방향 감각은 경험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쥐 실험결과 태어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아 바깥 활동을 해본 일이 없는 아기 쥐가 어른 쥐와 비슷한 수준의 방향 감각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방향 감각에 관여하는 쥐 뇌 속의 해마 부위를 관찰했다. 해마는 사건이나 공간을 탐색할 때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적인 곳으로서 이 부위의 발달과정을 파악하면 방향 감각이 선천적인 것인지 경험을 통해 습득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 결과, 방향 감각과 관련된 신경부위는 태어난 지 2주 만에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갓 태어난 아기 쥐도 어른 쥐처럼 자기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공간 지각 능력은 성장하면서 정도 차이가 크게 개선됐으나 방향 감각은 원래부터 발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 감각 또한 선천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방향 감각보다는 조금 늦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구팀의 프란체스카 가쿠치 박사는 “장소나 방향에 대한 감각은 동물이 태어난 지 2주 만에 나타날 정도로 경험보다 태생적인 요소가 우선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어떻게 이웃세계를 탐험하고 정보를 모으는 능력을 지니게 됐는지는 수세기 동안 과학과 철학의 오랜 궁금증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방향 감각은 경험에 의해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밝혀낸 것이다. 이런 내용은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레트 등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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