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한달.. 고달픈 제약 영업맨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한 달을 넘기면서 제약사들이 “영업활동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부정 청탁 및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한 김영란법 대상에는 국공립병원 의사, 지방의료원-보건소 의사, 공중보건의사를 비롯해 학교법인 소속 병원의 교수 및 봉직의사까지 포함됐다. 김영란법은 1회에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묻지 않고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상한선으로 정하고 있다. 교수 강연료 역시 시간당 100만원으로 책정됐다.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제약사들은 예견된 대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영업을 진행했던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김영란법 시행 후에는 의사를 직접 만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들이 주위의 눈을 의식해 영업사원과의 만남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영업활동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며 “평소 친했던 의사도 영업사원과 접촉하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도 “일부 영업사원들이 힘들어한다. 영업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이 오래전부터 예고된 상황이라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지만, 막상 법 시행 이후 의사와 영업사원들이 서로 조심해하는 분위기가 예상 이상이어서 영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이 제약사 매출에 주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제약사 매출의 위기론도 나오고 있지만 당장 큰 폭의 매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각 대형병원들은 약제심사위원회에서 미리 약제를 선정해 일정기간의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매출이 정해져 있다”며 “단기간에 매출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D제약사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가 처음 있는 일이라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며 매출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영란법 시행이 제약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의사들에게 현금이나 선물 등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치료약을 판매했던 기존의 영업 관행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힘들게 신약개발을 하기보다는 손 쉬운 불법 리베이트 영업에 매달려 왔던 시스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리베이트 처벌 강화를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현행법상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가 의약품 공급자 또는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제약사들의 신종 리베이트 등이 급증하자, 인재근 의원(민주당)은 처벌조항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불법 리베이트 단속의 실효성 제고 등을 위해 형사처벌의 상한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 대해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리베이트 처벌 강화와 관련, “저수가와 약가결정구조의 왜곡 등으로 인해 리베이트가 양산된 점을 고려하면, 무조건적인 처벌 강화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의료수가 적정화, 복제약가 인하,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 등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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