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대장암 등 소화기암 환자 식단은?

소화관은 음식물이 이동하는 경로다. 위, 대장, 췌장 등 소화기관에 암이 생기면 음식물을 섭취하고 소화시키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이유다. 즉 소화기암 환자는 음식을 먹고 소화하고 흡수하는데 문제가 생기므로 영양결핍이 일어나기 쉽고 그 만큼 식단관리가 중요하다.

영양불량은 소화기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흔한 부작용이다. 대한소화기암학회 영양연구회 송근암 이사(부산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영양불량은 암 관련 사망 원인의 20~40%를 차지한다. 특히 췌장암, 소화관암 환자는 80%가 영양불량”이라며 “양호한 영양상태를 유지해야 위장관 기능이 회복되고 예후가 좋아지며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암환자의 식단은 건강한 일반인이 먹는 식사와는 다르다. 암 예방식과 암 환자의 식단 역시 차이가 있다. 암환자도 치료기, 회복기, 안정기, 암말기 등 시기별로 식단 구성이 달라진다. 암환자의 상태에 맞는 식이요법을 해야 정상적인 체중 유지가 가능하고 근육량 소실을 막아 암과 싸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영양이 양호한 암환자는 불량한 암환자보다 2배 이상 치료 효과가 좋다는 보고도 있다. 입원기간 역시 짧아지고 감염증 등의 위험률도 감소한다. 항암치료를 받는 단계라면 치료반응이 좋아지고, 항암치료 고용량도 보다 잘 받게 된다.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 임현정 교수에 따르면 암환자의 50~80%가 암 악액질을 경험하고 이로 인해 영양결핍이 생긴다. 임 교수는 “악액질은 식욕이 떨어지고 근육이 감소하며 영양대사균형이 깨지는 등의 징후”라며 “환자는 속이 메스껍고 먹지 않아도 포만감이 들고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생기며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감각이 변해 악액질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악액질뿐 아니라 수술요법, 방사선요법, 항암요법 등 치료법에 따라서도 다양한 영양문제가 발생한다. 수술을 받은 환자는 영양소 흡수에 문제가 생기거나 덤핑증후군(위 절제수술 후 급격한 혈당변화)이 발생할 수 있다. 방사선요법을 받을 땐 치료범위와 방사선 조사량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영양문제가 생긴다.

이처럼 환자의 노력으로 해결키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교정 가능한 부분이 바로 영양불균형이라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특정식품에 치우치지 않고 영양 결핍이나 과잉이 되지 않도록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영양불균형을 교정하고 해소해나갈 수 있단 의미다.

그렇다면 소화기암환자는 영양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세브란스병원 영양팀 송승은 영양사에 따르면 인터넷상에 떠도는 정보를 바탕으로 항암식품 몇 가지를 먹는다고 해서 암을 먹을 수는 없다. 그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

가급적 세끼 규칙적으로 곡물을 먹되 때에 따라선 감자, 빵, 옥수수 등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흰쌀밥보단 식이섬유가 풍부한 잡곡밥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식이섬유는 암예방 효과가 있는 것이지, 치료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굳이 잡곡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암 환자 중엔 설사 등의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식이섬유 섭취량을 줄이는 편이 낫다.

밀가루는 어떨까. 밀가루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건강식에서 밀가루를 제외하는 이유는 밀가루로 만든 간식을 먹고 체지방이 과도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화기암환자처럼 영양이 결핍된 상태에선 식욕을 돋우기 위해 가끔 빵이나 국수 등의 밀가루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단 탄수화물만 섭취하지 않도록 계란과 채소 등을 곁들인다.

고기 섭취는 가능할까. 고기는 지방 함량이 높은 겉껍질을 벗겨내고 먹으면 된다. 탕류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진하게 우린 고깃국을 좋아하지만 단백질이 국물에 우러나는 것은 아니므로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장조림, 샤브샤브, 불고기처럼 다양한 요리법으로 만들어 먹고,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육회나 생선회처럼 날음식은 피해야 한다.

채소는 반드시 유기농일 필요는 없다. 매끼니 2가지 이상 먹고 깨끗하게 씻어 먹는 것은 꼭 지켜야 한다. 색깔별로 다양한 채소를 골고루 챙겨 먹되, 소화력이 떨어지는 환자라면 생채소보다는 푹 익혀 소량씩 먹는 편이 낫다.

당분과 설탕도 무조건 금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금 섭취를 제한하기 위해 일부러 저염식을 할 필요도 없다. 소금섭취권장량은 6g 이하지만 암환자는 식사량이 적어 절대적인 염분 섭취량도 적다. 따라서 적당한 설탕과 소금간은 괜찮다. 단 이 같은 방법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올바른 식사를 위해선 전문가와의 개별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식단을 찾는 것이 좋겠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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