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목소리 구분 못하는 사람 많다”

휴대폰의 혁신적인 서비스 중 하나로 발신자번호표시를 꼽는 사람들이 있다. 익숙한 목소리를 잘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과학자들의 예측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 구분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게 최근 연구결과다.

소리인식불능증(phonagnosia)이 바로 목소리 구분에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다. ‘뇌와 언어(Brain and Language)저널’에 실린 새로운 논문에 따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장애를 겪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과학과 어빙 비더만 교수팀에 따르면 이번 실험에 참여한 사람 중 약 3%가 익숙한 목소리를 분별해내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730명을 대상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유명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해당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정규분포를 나타내는 종 모양 형태의 곡선이 도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실제 실험결과 나타난 곡선의 끝부분은 연구팀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낮은 형태를 보였다. 이 같은 곡선이 나타났다는 건 연구팀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 분별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목소리 분별력이 가장 떨어지는 범주에 속하는 실험참가자가 8명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험결과 23명이 이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리인식불능증이 있는 사람들은 연구팀이 들려준 목소리들이 각기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점까진 인지했다. 하지만 각 목소리와 목소리의 주인공을 매치시키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소리인식불능증 환자들은 유명 인물의 이름을 먼저 알려주고 해당 인물의 목소리를 상상해보라는 과제 요청도 수행하지 못했다. 가령 연구팀이 할리우드 스타인 모건 프리먼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안다고 답한 사람도 목소리가 어떤지 상상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할 수 없다’는 응답을 했다. 곱슬곱슬한 회색머리, 반점이 가득한 얼굴 등 외모에 대한 묘사는 세밀하게 할 수 있었지만 목소리 묘사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근본적으로 소리를 묘사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그렇지는 않았다. 컵이 깨지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처럼 사물에서 나는 소리나 동물 소리를 묘사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익숙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분별해내는 데만 어려움을 보였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유명인의 목소리를 상상하는 동안 fMRI를 통해 뇌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소리인식불능증이 없는 사람들은 복내측 전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된 반면, 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정한 뇌 영역의 활성도에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소리인식불능증은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면실인증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었다. 안면실인증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거나 방추모양 얼굴영역이라는 뇌 영역이 후천적 손상으로 발생한다. 소리인식불능증 역시 뇌신경을 다치거나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가지 증세가 겹쳐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추후 연구과제로 목소리와 목소리 주인공의 정체를 연결 짓는 뇌 영역이 어디인지 밝히는 일을 꼽았다. 비더만 교수는 뇌 영상법과 신경세포 직접기록장치를 통해 이 같은 부분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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