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 사기 꺾는 잘못된 관행 사라져야”

최근 미국 설탕업계의 내부문건이 저명한 해외저널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앞서 일어난 비슷한 사건들을 종합해보면 이번에 발각된 ‘설탕업계 스캔들’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잘못된 연구관행이 판을 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악상의 일부가 드러났을 뿐이다.

지난달 미국의학협회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는 50여 년 전 하버드대학교에서 진행된 설탕 관련 논문이 조작이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 논문을 발표한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은 당시 하버드대 연구팀이 설탕의 악영향을 축소시키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설탕업계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연구논문으로, 이 논문이 발표된 이후 설탕의 부정적인 측면이 경시돼 왔다고 지적했다.

설탕이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한 요인이라는 사실이 과학계 정설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식품정책과 대중의 식습관에도 결함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 스캔들은 사실상 설탕업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식품업체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연구의 상당수가 이처럼 해당 업체의 식품을 건강한 것으로 포장하는 연구결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 사건이다. 코카콜라 측은 비영리단체인 ‘글로벌 에너지 밸런스 네트워트(Global Energy Balance Network)’에 연구자금을 지원한 뒤 미국인의 비만원인은 나쁜 식습관보단 운동 부족에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게끔 유도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코카콜라 측은 이에 대해 반박성명을 냈지만 이미 많은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저널(Journal Plos Medicine)에 실린 논문도 유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등이 소속된 미국음료협회의 지원을 받은 연구들은 이런 지원금 없이 진행된 연구들보다 탄산음료와 체중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축소 발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사탕업계도 비슷한 실정이다. 사탕업체의 지원을 받은 한 연구 논문은 사탕을 먹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오히려 날씬하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기업과 과학자들이 공조를 이뤄 논문의 방향을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온 건 오랫동안 지속돼온 잘못된 관행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가습기살균제 스캔들이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에서 뒷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서울대 교수에게 1심 재판부는 실형(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계의 최고 권위자는 그 지위와 영향력에 상응하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뇌물 수수에 그치지 않고 옥시 측에 불리한 실험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연구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일부 기업과 학자들의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진짜 투명한 기업이 함께 손해를 보게 된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연구자들이 진정성 있게 공들인 연구까지 함께 매도될 수 있다는 점, 더불어 공중보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같은 관행이 사라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척박한 연구실에서 밤을 새우는 연구자들의 사기를 꺾는 잘못된 관행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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