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설레임과 욕망이 교차되는 그 시선 속에서

누드, 설레임과 욕망이 교차되는 그 시선 속에서

● 이재길의 누드여행(42)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1946-1989 미국)

형식과 틀을 벗어난 다양한 사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던 1960년대, 세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였다.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인색하고 제도와 형식에 얽매였던 삶에, 사진가들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로버트 프랭크, 로버트 카파 등은 사진을 통해 처절한 삶의 모습들을 드러냄으로써, 사진이 지닌 메시지의 무게와 날카로움은 어느 새 삶을 투영하는 실체가 되었다. 이로 인해 자유로운 소통과 표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되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사진가들 중,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그는 은밀하고 금기시됐던 성적 욕망의 표현을 원초적이고 적나라한 사진화법으로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던 성적인 영역까지 솔직하게 나타냄으로써 세상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그에게 사진표현은 단순히 노골적인 성적표현의 범위를 넘어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본질적인 도구였다.

[사진.1] Lisa Lyon, 1982 [사진.2] Lydia Cheng, 1987

그의 사진에서는 묘한 성적 호기심을 느낄 수 있다. 설레임과 욕망이 교차하는 여인의 누드를 완벽한 실체로 재현하였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마다 찰나의 순간이 된 채, 에로티시즘의 극치가 묻어난 새로운 환상의 세계가 열린다. 누드에 내재된 새로운 이면을 독특한 해석과 표현을 통해 상상 속 신비의 대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동성애자였던 그에게 성적 호기심과 에로티시즘의 의미가 남달랐던 만큼, 욕망이 가득한 시선의 흔적들은 도발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메이플소프는 핫셀블라드 중형카메라를 사용하여 정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여체의 굴곡진 선을 고스란히 담아내었다.[사진.1, 사진.2] 자신이 보고 느낀 여인의 향(香)과 온기를 표현하기 위해 정사각형의 화면에 재현하였는데, 이는 여체에 투영된 상상 속 존재를 실존의 대상으로 담아내기 위함이었다. 어떠한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여체의 숨결과, 보일 듯 말 듯한 여인의 오묘한 포즈에서 그가 느낀 섹슈얼리티의 진수(眞髓)가 전해진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그의 성격을 반영하 듯, 치밀한 구도와 계산된 연출력을 통해 여인의 누드를 조형적인 예술조각상의 모습처럼 담아내었다. 과감한 연출과 단순한 구성은 그가 보고 느낀 누드의 신비로움을 담 아내기에 충분했다. 또한, 여인의 머리끝에 서 발끝까지 이어지는 밝음과 어두움은 감동 그 자체를 자아낸다. 어두움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누드의 신비스러운 자태는 마치 그의 적 욕망을 반영하는 듯하다. [사진.3]

[사진.3] Lydia Cheng, 1985

외설적이고 금기시된 주제들을 고전적인 사진화법을 통해 표현한 그의 작품에는 자유로움과 순백한 생명력이 공존한다. 퇴폐적이면서도 순수한 그의 호기심어린 시선들은 흑과 백으로 이뤄진 채 숨김없이 드러나 인간이 지닌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가치가 무엇인지 증명하고 있다.

나이 마흔 셋에 에이즈로 사망한 그의 짧은 인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가치가 무엇인지 오로지 ‘누드’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누드는 그의 억눌린 성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대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그가 갈구하는 내면의 본체였던 것이다.

※ 사진 출처

[사진.1] http://www.mapplethorpe.org/portfolios/female-nudes/

[사진.2] http://www.mapplethorpe.org/portfolios/female-nudes/

[사진.3] http://www.mapplethorpe.org/portfolios/female-nu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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