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윤식의 진료일기- 사타구니가 볼록… ‘탈장’ 잘 몰라

● 강윤식의 진료일기

서혜부(사타구니)탈장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본인의 병이 탈장인지 모르고 몇 년 씩 지내다 우연히 알게 돼 병원을 찾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상태가 병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내는 환자분들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띕니다. 그러다 보니 음낭이 참외만큼 커진 뒤에야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탈장이란 병은 아직 국내에서는 일반에 생소한 편이지만, 서양에서는 매우 널리 알려져 있는 병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루마니아에서 오신 환자에게 서혜부 탈장수술을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환자는 어렸을 때 심하게 놀 때면 “그러다가 탈장에 걸린다”라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종종 들었답니다. 얼마나 탈장이 흔한 병이면 이런 말이 있겠습니까?

탈장은 장이 나온다는 의미인데, 실은 장이 꼭 나오는 것은 아니고 뱃속 장기가 빠져나오는 병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망이라는 기름막이 나올 때도 있고, 여성에서는 난소나 나팔관이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소장이나 대장이 탈장되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이런 뱃속 장기가 배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에 생긴 틈으로 빠져나와서 살을 볼록하게 들어 올립니다. 살이 뚫리지는 않으니까 살 밖으로야 나오지 않지요.

사타구니 쪽 살밑이 볼록하게 올라오는 현상은 일어서서 활동을 할 때 나타납니다. 자리에 누우면 보통 탈장됐던 장기가 제 자리로 들어가거나 볼록했던 부분이 다시 가라앉습니다. 혹은 볼록하게 탈장된 부분을 손으로 지그시 누르면 들어갑니다. 이때 꼬르륵하는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때론 탈장이 나와 볼록해지면서 뻐근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탈장된 장기가 탈장 구멍에 끼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칫 감돈(장이 탈장 구멍에 끼어서 잘 안 빠지는 현상)이나 교액(구멍에 낀 장에 피가 안 통해 썩는 현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을 때에는 빨리 탈장수술을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고 통증이 없다고 탈장수술을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탈장이 생기면 언제든 감돈이나 교액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잘 모르거나 무시하기 쉬운 탈장. 탈장은 정확히 진단해서 안전한 탈장수술법으로 가급적 빨리 수술을 받으시는 게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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