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요법 횡행 ‘크론병’, “방치하면 장에 구멍”

지난 2006년, 20대 여성 조모씨는 원인 모를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다. 항문 주위에는 농양과 항문선의 염증 때문에 고름이 나오는 치루 증상이 계속됐다. 여러 병원을 다녀도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지 못한 조씨는 생리까지 중단되는 등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마침내 한 대학병원에서 진단된 그의 병명은 ‘크론병’. 당시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한 병이었다.

조씨는 10년간 최신 약제인 생물학적 제제를 포함한 약물치료와 식습관 관리 등을 꾸준히 실시해 병을 극복했다. 조씨의 크론병을 처음 진단한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유창범 교수는 “제때 적절한 치료를 시작한 덕분에 현재 설사와 복통 증상이 없어지고 생리가 다시 시작돼 결혼 후 두 아이를 낳고 여성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난치성 질환인 크론병도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증상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몇 년 전 가수 윤종신이 앓고 있다고 고백해 널리 알려지면서 크론병에 대한 관심 또한 커졌다. 유 교수는 “내시경, CT 등 여러 검사를 병행해야 진단 가능하다”며 “아직 완치는 어렵지만, 약물치료, 금연, 신선한 채소 위주의 식습관 관리 등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은 식도와 위, 소장, 대장, 항문 등 소화관의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데, 주로 대장과 소장 부위에서 발생한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는 환자마다 다양하다. 초기에는 복통, 설사,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고, 빈혈, 구토, 발열을 비롯해 치루, 치핵 등 항문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크론병 환자는 2011년 1만3000여명에서 지난해 1만8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식습관이 서구화된 10~30대에서 급증했다. 아직 원인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다보니 민간요법에 기대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국내 한 연구를 보면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으로 진단된 환자 3명 중 1명은 대체보완요법을 경험했으나, 만족도가 낮고 병이 악화될 우려 역시 컸다.

유 교수는 “크론병은 장기간 방치하면 장과 장 사이에 작은 구멍이 나는 누공이 생기고 배 안에 농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장벽의 지속적인 염증과 궤양으로 장 내강(장 내부의 빈 공간)에 협착이 발생하면서 장 천공에 이를 수 있다”며 “그만큼 크론병은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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