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암 진단 “치료 어떡해?”

임신한 상태에서 암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대학병원에서 신장암으로 진단된 20대 임신부가 신장 부분절제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암을 치료하고, 태아도 건강한 것으로 전해져 수술 후유증과 태아 건강 등의 이유로 암 치료 시기를 늦추는 산모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차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박동수, 산부인과 장지현 교수팀은 신장암으로 진단받은 임신한 지 17주된 임신부(28세)에게 신장 부분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신장 내 종양을 중심으로 정상 부위 일부를 포함해 절제한 뒤 남아 있는 신장을 재건하는 신장 부분절제술은 신장 전체를 제거할 때 생길 수 있는 신장기능 저하와 임신 중독증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박 교수는 신장 혈류를 차단한 상태에서 얼음으로 신장 온도를 낮춘 뒤 신장을 부분절제했다. 박 교수가 지난 2009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치료법은 부분절제술을 할 때 나타나는 출혈과 신장 밖으로 소변이 새는 합병증을 막는 효과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박 교수는 “암 진단을 받은 임신부들이 출산 이후로 치료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많지만, 임신 중 암이 진행되면 오히려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연구를 보면 암 진단을 받은 임신부 10명 중 8명은 출산을 포기하지 않고 임신을 유지했다. 최근 최석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1995~2013년까지 출산한 임신부 5만여명을 분석한 결과, 87명이 암으로 진단됐고 이 중 69명이 임신을 유지했다. 암을 진단받은 임신부의 평균 나이는 32.5세, 임신주수는 24주였다.

이 연구에서 임신을 유지한 임신부 3명 중 1명(34.7%)이 임신 중 치료를 받았고, 골수성백혈병으로 치료 중 사망한 1명을 빼고 모두 출산했다.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특별한 문제없이 퇴원했고, 신생아 사망률은 4.5%(3명)에 그쳤다. 추적관찰이 가능한 84명 중 52명은 암이 완치됐지만, 26명은 출산 후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팀은 “임신 중 암 치료 방법과 치료시기에 대한 결정은 암 발생 장기, 암 병기, 임진주수, 임산부와 태아의 상태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임신주수가 말기에 가깝다면 출산까지 치료를 잠시 미룰 수 있고, 여건에 따라 조기 출산을 유도한 뒤 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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