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체조선수들의 ‘유연성’ 어디서 오는 걸까

체조선수들은 일반인들이 따라할 수 없는 다양한 아크로바틱 동작들을 선보인다. 이런 동작이 가능하려면 타고난 신체조건과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어떻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유연성을 보이는 걸까.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벡스터의료센터 정형외과 티모시 밀러 교수가 몇몇 외신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우선 첫 번째로는 운동선수들의 나이가 중요한 요인이다. 몇 세대 전만해도 올림픽 여성 체조선수들의 나이는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루마니아 출신 체조선수 나디아 코마네치가 14살 어린 나이에 몬트리올 올림픽에 참여해 심사위원 전원 만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체조선수 연령대는 낮아지기 시작했다.

단 어린 소녀들의 건강문제를 고려해 국제체조연맹은 여성체조선수의 최소 연령을 16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반적인 연령대는 이전보다 어려졌다. 대체로 16~22세 사이 나이에 해당하는데, 이 시기 유연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성이 임신 가능한 시기는 보통 10대 중반부터 30대까지다. 이 시기 여성은 출산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인 ‘릴렉신 호르몬’을 많이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인대, 힘줄과 같은 연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릴렉신 호르몬은 태아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연조직을 느슨하게 만든다. 이는 어린 여성 체조선수들이 좀 더 날렵하고 민첩한 동작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두 번째는 여성 체조선수들의 아담한 체격에 있다. 체조선수들은 격렬한 강도로 운동을 하는데 이 같은 운동이 사춘기를 지연시킨다. 사춘기를 보내기 위해선 일정한 양의 체내지방이 필요한데, 운동선수들은 엄청난 칼로리 소모로 지방이 부족해 사춘기가 지연된다. 체조선수들의 극도로 제한된 식단 역시 성장을 저해시키는 원인이다.

사춘기는 급성장을 유도하는데 이로 인해 체중이 늘어나면 몸이 다소 둔해진다. 체조선수들은 사춘기가 늦게 온다는 점에서 가벼운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스포츠 생체역학(Sports Biomechanics)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가벼운 체중 대비 강한 근력은 회전을 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작은 키는 무게중심을 낮춘다는 점에서 몸의 균형을 잡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부상 횟수가 적다는 점도 나이 어린 선수들의 장점이다. 어린 체조선수들은 나이가 많은 선수들보다 골절을 비롯한 부상을 입은 경험이 적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관절염 위험률 역시 상대적으로 낮고, 이로 인해 몸이 뻣뻣해져 움직임에 제한이 생길 가능성도 적다.

이처럼 어린 나이와 타고난 신체적 조건이 기본 바탕을 이루고, 여기에 혹독한 훈련이 더해져 일반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일반인 중에도 제법 유연한 사람들이 있다. 몸이 유연하면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과도한 유연성은 어깨나 슬개골 탈구, 되풀이되는 발목 염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절의 안정감을 지탱해줄 정도로 연조직들이 충분히 딱딱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연한 몸의 장점을 활용하되, 운동선수들처럼 극단적으로 몸을 쓰는 활동은 삼가는 편이 좋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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