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심할수록 늘어나는 질환 3가지

폭염 때문에 전 세계가 비상이다. 중동 쿠웨이트의 한 사막지역에서는 지구 관측 역사상 최고 기온으로 추정되는 섭씨 54도를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계속될 때 폭염주의보를 내린다. 역대급 폭염 기록을 살펴보면 지난 2003년 유럽 폭염 때 약 7만명, 1994년 국내 폭염 때 3384명이 사망했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 온열질환과 혈관질환이 동시에 늘어난다.

급성심정지 = 국제심장학저널 7월호에 게재된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의 연구를 보면 2006~2013년까지 서울과 6개 광역시의 급성심정지 환자 5만여명을 분석한 결과, 하루 중 최고기온이 28도에서 급성심정지 발생이 가장 낮았으나, 1도씩 올라갈 때마다 급성심정지 발생은 1.3%씩 증가했다.

폭염 속에서는 탈수, 전해질 불균형, 신장 기능 이상, 자율신경계 불균형, 혈전 등 여러 가지 생리적인 불균형이 발생한다. 체온이 올라가면 혈관을 확장해 땀을 배출시키는데 넓어진 혈관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이 무리하게 된다. 심혈관계가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급성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폭염일 때 심정지 환자는 오후 5시쯤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오세일 교수는 “폭염경보나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낮에 야외 활동을 삼가하고,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이상신호를 느끼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뇌졸중 = 뇌졸중은 흔히 추운 겨울에 혈관이 수축하면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 못지않게 여름에도 발병률이 높다. 무더위로 몸속 수분이 감소하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게 된다.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면 순환도 잘 안 되는데, 이때 혈압이 상승해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

에어컨 가동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커져도 마찬가지다. 급격한 온도 변화에 따른 ‘온도충격’으로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면 피의 흐름이 부분적으로 정체되면서 혈전을 만들어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뇌경색 환자의 50% 이상, 뇌출혈 환자의 70~88%는 고혈압을, 뇌졸중 환자의 75%는 심근경색증 등 심장병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당뇨병 환자 역시 뇌졸중 확률이 배로 높고, 사망률도 높다. 특히 흡연과 음주, 운동부족, 비만 등으로 오랫동안 뇌혈관에 크고 작은 문제가 쌓여 뇌졸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연령대인 50대 남성은 뇌졸중 위험인자와 상관없이 주의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응급실을 찾을 정도의 증상까진 아니더라도 평소 과로나 수면부족으로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이고, 최근 혀가 굳어지고 현기증이 생긴 적이 있는 경우, 또 손발이 저리고 눈앞이 침침한 적이 있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며 “뇌졸중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CT나 MRI, 혈관조영술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온열질환 =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열사병 등으로 6명이 숨졌고, 전국의 온열질환자 수는 602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높다.

강한 열에 노출되면 비교적 가벼운 열발진부터 열부종, 열실신, 열경련 등 다양한 온열질환이 나타난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 창백함, 근육경련이 뒤따르는 열탈진이 오거나, 심하면 고열과 함께 땀이 나지 않으면서 피부가 건조하고 뜨거워져 의식을 잃게 되는 열사병에 이를 수 있다. 열사병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자주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피해야 한다. 외출할 때는 양산이나 모자를 착용하고, 헐렁하고 밝은 색깔의 가벼운 옷을 입는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피며 활동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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