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인지기능 감퇴? “향상되는 부분 있어”

가난은 경제적인 제약과 물질적인 한계를 실감케 한다.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본인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아이는 스스로를 이류라고 생각한다는 보고가 있다. 재정적 문제가 많은 사람은 명쾌한 사고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난이 이처럼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다.

스웨덴과 중국 공통연구팀에 따르면 머릿속이 돈 걱정으로 가득한 사람은 특정 인지영역에 있어서는 좀 더 우수할 가능성이 있다.

선행 연구들은 대체로 경제적 궁핍함이 인지능력 감퇴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한 예로 자신의 재정 상태를 머릿속으로 떠올린 직후 지능검사를 받으면 가난한 사람일수록 검사결과가 나쁘게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금전 상태에 대한 우려가 ‘작업기억(단시간 내에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능력)’에 오류를 일으켜 지능검사에 필요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작업기억은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연구팀은 작업기억을 요하는 테스트 외의 다른 검사방법을 활용해 가난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실험참가자들은 먼저 자신의 재정 상태를 머릿속으로 떠올린 다음 연구팀이 제시한 분류 작업을 했다. 노란색이나 파란색, 원이나 사각형이 그려진 이미지에 빨간색이나 녹색 기호가 1~2개씩 포함된 그림들을 보고 카테고리 A 혹은 B로 분류하는 작업이다.

카테고리 분류 기준은 “카테고리 A에는 노란색 사각형만 포함된다”와 같은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A로 분류되는 이미지는 빨간색 기호 하나가 들어간 노란색 사각형 이미지가 가장 적합하지만 1~2가지 조건쯤은 달라질 수 있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내용들을 제시했다.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할 땐 의식적으로 심사숙고해 답을 내는 것보단 자동 처리과정에 의존하는 방식이 좀 더 유리하단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육감에 의존한 판단이 좀 더 나은 전략이라는 의미다. 또 이처럼 직감을 요하는 과제는 작업기억 능력이 중요치 않다.

학생 9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테스트 결과, 가계소득이 평균 이하에 속한 학생들이 보다 뛰어난 수행능력을 보였다. 물론 이 같은 연구목적은 재정적 스트레스를 받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건 아니다. 그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목적이다. 생활이 궁핍하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케 되고 빠져나갈 출구가 없다는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본인에게도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걸 입증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스칸디나비안 심리학 저널(Scandinavian Journal of Psychology)’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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