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괴담은 SNS 탓?” 병원명 공개지연도 빌미

지난해 국내외를 신종 감염병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사태에 대한 백서가 29일 공개됐다. 이번 백서의 제작은 보건복지부가 주도했지만 대응 평가와 교훈-제언 분야는 객관성을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맡았다. 백서는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 46명의 인터뷰와 현장 대응 인력 245명의 설문조사가 중심이 됐다.

당시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은 정부의 리더십 부재와 부실한 국가 방역체계가 빌미가 됐다. 백서는 메르스 사태로부터 얻은 교훈으로 공중보건조직과 인력 확충, 전문성 갖춘 지방 감염병 관리조직의 필요성, 신속한 위기 상황 분석, 감염병에 취약한 의료체계의 쇄신 등을 꼽았다.

그러나 백서는 “메르스 감염은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감염이었다”면서 “부정확한 정보가 SNS를 통해 생산 공유된 것이 문제”라고 했다. 보건당국이 당시 SNS가 ‘괴담의 진앙지’로 꼽은 것이다. 이 가운데 부정확한 ‘메르스 병원 명단’이 퍼진 것도 불신과 혼란을 부채질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일반 시민들은 극심한 정보 갈증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5월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 등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정보들이 국내 언론을 통해 정확히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이나 가족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병원 명 공개 불가 방침에 따라 A병원, B병원 등 영문 이니셜로 병원 명이 보도된 것이다.

그러자 일부 시민들이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SNS로 정보 교류에 나선 것이다. 그러는 사이 SNS로 확산된 병원 정보는 인터넷 이용자들은 상당수 알게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병원 명 공개는 한 인터넷 언론사가 지난해 6월 4일 첫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6곳을 전격 공개하면서 물꼬가 터지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사흘만인 6월 7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 간 전국 병원 24곳을 공개했다. 그러자 그동안 침묵했던 다른 언론들도 일제히 정부의 자료에 의존해 병원 명을 밝히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명 공개 지연은 메르스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의 가장 큰 실책 중의 하나다.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서 대국민 소통에 실패한 것이다.

주요 언론들이 정부의 요청에 따라 병원 명 공개를 보류하면서 그 사이 SNS 등을 통해 병원 이름이 떠돌았고, 그 가운데는 틀린 정보로 애꿎은 피해를 본 병원도 생겨났다. 정부와 언론이 미국의 사례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보다 일찍 병원 이름을 공개했더라면 메르스 확산을 막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 지시에도 불구하고 민간 전문가들 반대와 복지부의 정책 결정 지연으로 병원명 공개가 4일간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도 메르스 감사결과를 통해 메르스 대규모 확산의 책임이 정부의 병원 명 공개 지연에 있다고 했다.

‘메르스 괴담’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정보를 올린 SNS 사용자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방역 당국이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알권리 충족이란 대명제 아래 제 때에, 제대로 된 판단을 했더라면 보다 일찍 병원 명을 보도해 혼란과 불안감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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