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병률 높인다는데…” 구강성교 꼭 해야 하나.

최근 두경부암이 급속히 늘고 있다. 두경부는 머리와 목 부위로 구강(입안), 인두(입과 목 사이 통로), 후두(목)로 구분한다. 두경부암은 이 부위에 암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두경부암은 음주, 흡연을 오래 한 중노년층에게서 주로 나타났으나 최근 젊은층에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구강성교(oral sex)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는 입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HPV는 피부와 점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성의 생식기를 입으로 접촉할 경우 옮을 수 있다. 구강성교 대상이 많은 사람일수록 HPV 감염 확률이 높다. 미국의 유명배우 마이클 더글라스가 지난 2013년 자신이 두경부암에 걸린 이유가 구강성교를 즐겼기 때문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국 암협회(The American Cancer Society)도 최근 두경부암이 크게 늘고 있는 원인으로 음주, 흡연과 더불어 구강성교의 증가를 꼽았다.

HPV는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구인두암(편도암, 설기지부암)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역시 구강성교가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HPV 양성으로 나타나는 목 쪽의 암이 50% 정도이나 미국은 구인두암의 80-90%가 인유두종 바이러스 양성이다.

지카 바이러스도 구강성교로 감염될 수 있다는 사례도 나왔다.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따르면 브라질을 여행한 프랑스 남성이 구강성교를 통해 여성에게 지카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남성은 열, 두통과 같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이면서도 성관계를 강행했다. 피임을 위해 질내 사정은 하지 않았지만 구강성교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커플의 경우 여성의 소변 뿐 아니라, 침에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성 매개 질환에 감염되었다면 배우자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콘돔을 써야 한다. 증상이 있을 때는 당연히 부부 관계를 자제해야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박문일 박사(동탄제일병원 원장)는 “만일 임신부가 성기 헤르페스나 구강 헤르페스에 감염되었다면 출산 과정에서 아기에게 감염되어 중추신경계 장애나 사망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질염이 있을 때는 구강성교를 삼가야 한다”면서 “자극적이고 불결한 부부 관계를 피해야 2세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키스까지 삼가야 할까?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일상적인 가벼운 키스는 감염과 상관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깊은 키스의 경우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구강성교가 두부경부암을 유발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장기간 HPV에 감염되어 있다면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장기 감염은 면역계의 바이러스 퇴치 능력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면역계를 손상시키는 요인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잠자리 상대가 많을수록 면역계는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결국 HPV에 의한 두경부암 발생을 늘리는 것은 구강성교가 아니라, 많은 파트너와 성관계를 맺는 불결함과 문란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방접종을 통해 방어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젊은 여성들만 백신을 맞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젊은 남녀 모두 백신을 맞는다. 늘 한 사람만 사랑하고 정갈한 잠자리를 갖는 커플은 구강성교에 의한 암 발생에 과도한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무엇이든지 과도하면 병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구강성교에도 해당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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