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지 않았는데…” 여학생 34.7%, ‘나는 뚱뚱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크게 높아졌지만,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소녀기의 건강은 영유아와 모성건강 사이에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생애주기별 여성 건강에 대한 예방적 접근과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센터가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청소년 건강행태를 보면 여러 면에서 소녀들이 소년보다 부실한 건강행태를 보였다.

하루 20분 이상, 1주일에 3회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비율이 남학생은 50.8%인 반면, 여학생은 남학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8%였다. 하루에 한 시간씩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하는 비율도 여학생은 7.4%에 그쳐 남학생의 20.5%와 큰 차이를 보였다.

주 5일 이상 아침식사를 거르는 비율도 여학생이 28.9%로 남학생보다 2%P 높았고, 살찌지 않았어도 뚱뚱하다고 여기는 신체 이미지 왜곡 인지율은 여학생이 34.7%로 남학생보다 14%P 가까이 높았다.

그만큼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경험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여학생의 비율도 남학생보다 크게 높았다. 남학생 10명 중 7명 정도가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여학생은 10명 중 6명 정도만 주관적으로 건강하다고 인지했다.

성관계를 경험한 학생의 피임 실천율은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48%대로 엇비슷다. 여학생의 임신경험율은 0.2%였는데, 이 때문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경우는 73.6%였다.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있는 소녀들의 건강행태는 더욱 심각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수도권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 50명(남성 24명, 여성 26명)을 상대로 건강상태를 연구한 결과, 모두 질환별 전문 진료가 필요할 만큼 건강상태가 안 좋았다.

조사 대상의 60%는 임상적으로 정신과적 질환의 의심됐고, 36%는 흡연, 24%는 위험한 수준의 음주 행태를 보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절반 이상의 청소년들에게서 한 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삶의 질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고 했다.

특히 여자 청소년의 65%는 생리 불규칙과 생리 과다 등 산부인과 진료가 요구되는 증상과 증후를 가졌고, 성관계 경험률도 20%(5명)에 육박했다. 조사한 학교 밖 여자청소년의 평균 나이는 16.1세였다. 이들 중 성교육을 받은 소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성경험을 한 학교 밖 여자 청소년 5명 중 4명은 각각 친족, 의붓아버지, 동년배 남학생들, SNS로 만난 성인 남성에게 당한 성폭행으로 첫 성관계를 경험해 성폭력에 무방비로 방치됐다. 성경험을 한 학교 밖 여자 청소년 중 성병을 앓거나, 원치 않은 임신으로 출산을 경험한 사례도 각 1명씩이었다.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여성의 몸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여성의 일생주기 중 특징적인 각각의 시기에 알맞은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며 “미국 보건복지부 내 여성건강국은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성인지적 보건정책을 집행하면서 더욱 더 소녀건강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22일 프레스센터에서 제3차 여성건강포럼을 열고,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과 건강을 주제로 소녀건강의 실태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책 전략에 대해 논의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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