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1위 당뇨약 DPP-4 억제제, “망막병증 악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처방되는 DPP-4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약에 새로운 안전성 이슈가 등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 약을 투약 받은 환자에서 당뇨병의 가장 흔한 합병증 가운데 하나인 망막병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된 것이다.

서울대병원 내과 김효수 교수팀은 사람 세포와 실험용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DPP-4 억제제가 대조군보다 망막혈관병증을 유의하게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세계적 과학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지난 6일 세계에서 처음 발표했다. DPP-4 억제제는 혈당을 낮추는 인크레틴 효소의 분해를 억제해 혈중 인크레틴 농도를 증가시켜 혈당을 떨어뜨리는 당뇨병약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제이다.

당뇨합병증인 망막병증은 망막과 망막혈관에 이상을 일으켜 시력을 떨어뜨리고,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당뇨로 혈당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망막혈관에 변화가 생겨 망막이 붓거나, 비정상적인 혈관을 통해 출혈이 생기게 된다.

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DPP-4 억제제 투약으로 망막조직세포에서 분비하는 SDF의 분해가 억제되고, 이것이 누적되면 망막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고, 신생혈관이 만들어져서 망막혈관병이 악화된다. SDF는 염증, 저산소자극에 의해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의 일종이다.

김 교수팀은 혈관내피세포를 이용한 면역형광염색에서 DPP-4 억제제가 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를 느슨하게 해 혈관내피세포의 투과성이 증가되는 것을 밝혔다. 또한 망막혈관실험에서는 DPP-4 억제제를 투약 받은 쥐가 가짜약을 투약 받은 쥐보다 망막 혈관의 누수, 누혈 현상이 3배나 증가했고, 신생혈관 생성도 현저히 늘었다. 특히 당뇨를 유발한 쥐 모델에서는 망막병증이 1.5배 증가했다. 이러한 악화 효과는 모두 SDF 인자를 누적시킨 결과였다.

김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DPP-4 억제제는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 약을 사용하는 경우 정기적으로 망막병증 추이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오리무중에 빠진 DPP-4 억제제의 심부전 이슈에도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수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에 따르면 DPP4-억제제를 투약 받은 환자들은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증가했다.

심부전 악화는 폐부종을 동반하는데 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DPP-4 억제제가 폐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폐부종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심부전 증세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김 교수는 “호흡곤란이 악화되는 기전은 오리무중인데, 이번 연구결과, 허파모세혈관 누수현상이 원인일 수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부전에 이은 또 다른 안전성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DPP-4 억제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관심이 모아진다. DPP-4 억제제는 최근 차세대 당뇨병약인 SGLT-2(포도당나트륨공동수송체) 억제제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한 대학병원 교수는 “DPP-4 억제제를 5년간 처방해온 경험이 쌓여있고, 의사들에게 익숙해 당장 SGLT-2 억제제가 DPP-4 억제제를 대체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당뇨병의 유병률이 급증하면서 먹는 혈당강하제의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당뇨병약은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어서 약제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제약산업에 투영하면 인크레틴은 누적시켜 혈당을 내리면서 SDF1은 누적시키지 않는 이상적인 약제인 ‘인크레틴 특이적 DPP-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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