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못 마시는데… 김과장의 간이 나빠진 이유 3

모 중소기업의 김영국(37세) 과장은 요즘 지방간 판정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그가 간이 나쁘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집안 내력으로 술과는 거리가 먼 그는 지방간이 심해 간병변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의사 말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김 과장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고 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만 마시는 사람도 간에 지방이 많이 끼는 질환이다. 남성의 경우 1주일에 소주 2병 이하 정도로 절주를 하는 데도 과음을 일삼는 사람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방간은 가벼운 질환일 수 있다. 하지만 심한 지방간을 방치한 환자 4명 중 1명은 간이 쪼그라드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이는 매우 심각한 간질환이다.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걸리는 질병으로 안이하게 생각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는 질환인 것이다.

김 과장은 술은 마시지 않지만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다. 이런 병을 가진 사람들은 지방간을 같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성 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부신피질 호르몬 등)를 포함한 여러 약제를 오래 복용해도 지방간이 올 수 있다. 갑작스러운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을 위한 수술 후에도 심한 지방간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간은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대한간학회는 “지방간을 앓아도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다”면서 “가끔 간이 위치한 오른쪽 상복부가 뻐근하거나, 피로가 심해진다”고 했다. 김 과장처럼 우연히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간이 나쁘다고 알게 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따라서 당뇨병이나 비만이 있는 사람은 불편한 증상이 없어도 간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김 과장의 지방간을 치료하려면 우선 지방간과 관련된 당뇨병, 비만 등을 치료해야 간도 좋아진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생약제 등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약제들에 대해서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당뇨병이 있다면 혈당 조절이 잘 되도록 치료받아야 하고 고지혈증이나 혈압 치료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방간 환자는 과체중 혹은 비만을 동반하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체중 감량, 적절한 식사요법, 그리고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 지방간 치료법이다.

매일 체중을 재고 섭취 음식을 기록하면 자신의 식습관을 알게 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식사를 거르지 말고 세끼를 챙겨 먹되 한끼 분량을 조금씩 줄여 나간다. 과식과 야식을 피하고 기름에 튀긴 음식보다는 삶은 음식, 당분이 들어간 음료수 보다는 물이나 녹차 종류를 마시는 것이 좋다. 사탕, 꿀, 초콜릿, 라면, 도넛, 케이크, 삼겹살, 갈비, 닭껍질, 햄, 치즈, 땅콩, 콜라, 사이다 등 열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운동은 지방간 치료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혈압과 혈당을 내리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각자의 상황과 체력에 맞게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조깅, 수영, 등산, 에어로빅 댄스 등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3번 이상, 한 번 할 때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의 강도는 몸이 땀으로 촉촉이 젖고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정도가 도움이 된다.

대한간학회는 “아직까지 지방간 치료에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한 체중 감량이 권장된다”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약제들(주로 당뇨병 치료제)이나 항산화제(비타민 E, C), 지질 강하제, 간장 보호제 등이 단기간 치료에 부분적으로 효과가 입증됐다”고 했다. 학회는 “지방간 치료는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체중 감량, 식사조절, 운동 등이 가장 권장되는 치료법”이라며 “정기적으로 전문의를 찾아 진찰받고 지방간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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