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약 섞은 고혈압약, “오남용 우려” 제기

지난 달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은 고혈압과 발기부전 복합치료제에 대해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오남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 허가된 고혈압, 발기부전 복합제로는 한미약품의 ‘아모라필’이 있지만, 아직 출시되진 않았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는 아모라필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와 관련해 안전성 문제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검증을 요구했다. 어홍선 비뇨기과의사회 회장은 8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모라필의 허가는 오남용 금지약물 규정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작용 계열이 다른 고혈압약 성분 또는 고혈압약에 고지혈증약 성분을 더하는 복합제 개발은 제약업계의 트렌드이다. 이 가운데 고혈압약에 발기부전약인 타다라필 성분을 섞은 복합제로 허가된 약은 아모라필이 유일하다.

어홍선 회장은 “정부의 복합제 드라이브에 편승해 기술력이 좋다는 한미약품이 개발하니 허가해줬지만, 복합제의 기본 원칙인 상승효과와 부작용 감소, 순응도 향상에서 순응도의 카테고리에만 걸쳐있을 뿐 안전성과 급여화에 따른 오남용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비뇨기과의사회는 아모라필 임상이 국내에서 소규모로 이뤄진데다 장기 복용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복합제로 복용했을 때 타다라필이 혈관을 확장시켜 고혈압약 성분인 암로디핀의 혈압 강하 효과가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통 고혈압약과 발기부전약은 최소 30분의 시차를 두고 복용하도록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비급여인 발기부전약 타다라필이 고혈압 복합제로 급여화되면 오남용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발기부전약인 타다라필 함유 제제는 국내 시판될 경우 정력제 등으로 오남용될 우려가 있어 10여년 전부터 식약처에 의해 오남용 우려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어홍선 회장은 “발기부전약의 60%를 내과에서 처방하고 있는 현실에서 아모라필이 급여화되면 경증 고혈압 환자나 암로디핀 복용이 불필요한 발기부전 환자의 타다라필 편법 처방이 늘어나는 등 오남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러한 복합제의 허가를 취소하거나, 비급여로 묶어서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측은 아모라필의 출시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고, 약가와 급여화 논의도 이뤄진 바 없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칼슘채널 차단제(CCB) 계열의 고혈압약 성분인 암로디핀에 발기부전약 시알리스의 성분인 타다라필을 섞은 아모라필은 만성질환과 이른바 ‘해피 드럭’을 병합한 약으로 개발 단계에서 주목받았다. 현재 일동제약도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의 고혈압약 텔미살탄에 타다라필을 더한 복합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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