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

이재태의 종 이야기(54)

부엉이 이야기

어둠 속에서도 목표물을 정확하게 낚아채는 암흑 속의 포식자, 정성스레 키워준 새끼가 성장한 뒤에는 결국 어미를 잡아먹는 불효하는 새, 궁궐에 그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면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새. 농촌에서 병아리나 가금류를 채어가는 ‘나르는 고양이’… 우리나라에서는 부엉이가 오랫동안 무서운 눈과 발톱을 지닌 불길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는 흉조凶鳥로 믿어졌다. ‘부엉이’와 ‘올빼미’는 구별되지 않고 쓰여 왔는데, 이 것이 들어간 단어에는 긍정적 이미지도 조금 있다. ‘부엉이 살림’은 조금씩 열심히 저축하여 자기도 모르게 부쩍 커진 탄탄한 살림을 말한다. 부엉이가 사냥하여 먹이감을 하나하나 저장해둔 고목 나무 속의 부엉이 둥지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이 새는 어둠 속에 활동하는 음흉한 동물이며, 계산이 분명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부엉이셈처럼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 늦게 일어나며 해가 지고서야 정신이 다시 맑아져서 활동하는 사람을 뜻하는 올빼미족도 한가롭고 평화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부엉이 소리가 자주 들린다는 부엉이 고개 길이나 부엉이 바위도 왠지 긴장이 느껴지는 지명이 아닌가?

미국에서 지내던 어느 날 TV의 일기예보 시간에 예보자가 부엉이 분장으로 등장하여 다음 날의 날씨를 예보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았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잘 풀어내면 선생님이 공책에 부엉이 모습의 도장을 찍어주었다. 서양에서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의 상징으로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우선 생각하고, 해리포터와 마법사에 등장하는 올빼미도 지혜와 슬기의 상징이었다. 이들은 실생활에서도 다양한 모양의 부엉이 장식품과 생활용품을 곁에 두고 있다. 당연히 부엉이 모양의 종들도 많이 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서정주 국화 옆에서)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김소월. 접동새)

소쩍새와 부엉이, 올빼미는 올빼미목, 올빼미과에 속하는 올빼미 종류인 야행성 맹금류이다. 접동새는 소쩍새의 평안도 사투리이다. 올빼미목에 속하는 조류는 전 세계에 220종 이상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10종류가 넘는다. 쥐, 작은 새, 토끼, 꿩, 곤충, 다람쥐 등이 이들의 주요한 먹이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부엉이와 올빼미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린이용 그림책에서도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있다. 책을 출판할 때 영어의 owl을 임의로 부엉이나 올빼미로 번역하였기에, 구별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라 한다. 그러나, 영어로는 종류에 따라 올빼미는 tawny owl, 수리부엉이는 eagle owl,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흰올빼미는 snowy owl, 미네르바의 부엉이라 불리는 금눈 쇠올빼미는 little owl 이라 한다. 그리고 소쩍새는 Eurasian Scops owl, 솔부엉이는 brown hawk owl 이다. 부엉이와 올빼미를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고 한다. 어느 네티즌이 정리한 바와 같이, 올빼미목에 속하는 종은 귀의 모양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엉이는 머리 위에 귀모양의 뿔처럼 튀어나온 뿔 털이나 뿔깃이 있고, 올빼미는 귀모양이 없이 뒤로 빗어 넘긴 머리 스타일이라 생각하면 된다. 솔부엉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엉이는 귀가 뾰족하게 잘 보이고, 올빼미는 귀처럼 생긴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지혜의 여신 아테나(미네르바)의 상징인 부엉이는 ‘미네르바의 올빼미’라고 하는 것이 옳다. 소쩍새나 큰 소쩍새는 부엉이의 특징인 뿔깃을 가지고 있다.

부엉이는 절벽이나 벼랑 위 둥지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지만 올빼미는 오래 되고 큰 나무의 구멍에 둥지를 튼다. 알에서 깨어난 올빼미는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로 성장하고, 100일 정도가 지나면 둥지를 벗어나 먹이 사냥을 한다. 중국에는 이때 새끼 올빼미가 갑자기 어미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기에, 올빼미는 불효의 상징이었다. 사람들은 올빼미를 잡을 경우 죽여서 나무에 매달아서, 불효에 대한 경각심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생태 방송은 수리부엉이는 새끼가 죽을 경우 어미가 먹어치우거나, 다른 새끼들에게 먹이는 것을 증명 해주었다. 이것은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고, 어미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는 부엉이의 이런 습성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 한다. 한자로 올빼미 효(梟)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새라는 의미인데, 여기에는 ‘목을 베어 달다’라는 뜻도 있다. 큰 범죄자의 목을 베어서 군중 앞에 높이 매달았던 효수(梟首) 또는 효시(梟示)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지혜를 상징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함께하는 미네르바는 로마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지혜의 여신, 그리고 전쟁, 직물, 요리, 도기, 문명의 여신인 아테나가 해당된다. 아테나는 제우스와 그의 부인 메티스 사이의 딸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메티스의 자식이 태어나면 신들을 위협할 것이라 예언하자, 제우스는 아테나를 임신하고 있던 메티스를 삼켜버렸다. 몇 달이 지나자 제우스는 심한 두통에 겪는다. 제우스는 심한 통증으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도끼로 자신의 머리를 쪼개라고 부탁한다. 제우스의 머리가 갈라지자 아테나가 튀어나왔다. 이미 다 자란 모습으로 갑옷을 입고 손에 창을 쥔 무장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며 탄생하였다. 그러므로 아테나는 올림포스 산 정상에서 사는 그리스 판테온의 주인공인 올림포스 12신들 중 두 번째(자식) 세대에 속한다. 지혜를 상징하는 머리에서 태어났으므로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인 것이다. 투구, 갑옷, 창, 메두사의 머리가 달린 가죽 방패인 아이기스, 올빼미, 뱀이 아테나의 상징물이다. 그녀의 그림이나 조각품은 항상 완전 무장한 여전사의 모습이다.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이기도 하다. 그녀는 전차 모는 방법과 병법도 개발하였고, 각종 무기들도 만들었다. 병사들을 위한 춤과 노래도 만들었다.

아테나는 바다의 신이자 제우스의 동생인 삼촌 포세이돈을 짝사랑하여 그의 아내가 되고자 갖은 노력을 하였으나 포세이돈은 그녀를 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테나는 포세이돈을 굴복시켜 남편으로 삼고자 하였으나, 그와 승부를 겨룰 기회가 없었다. 마침내 아테네 수호신의 위치를 두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경쟁하게 되었다. 승리하려면 월등한 신의 능력(신통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던져 땅을 가르고 바닷물을 뿜어 올렸으나, 아테나는 척박한 석회질 땅에 올리브 나무를 자라게 하였다. 올리브나무는 평화와 풍요의 상징이었기에, 그녀는 아테네의 수호신으로 선택되었고 파르테논 신전에 모셔졌다. 포세이돈이 이를 복수하려고 홍수를 불러오자 인간들은 그 다음의 지배권을 주어 화를 풀게 하였다. 그러나 ‘메두사’라는 여자를 놓고 포세이돈과 싸웠을 때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내세운 그에게 패하였다. 아테나는 복수하기 위해 메두사에게 저주를 내려 괴물로 만들어버렸다.

아테나는 아버지 제우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절대 무기인 번개와 무적의 방패 아이기스를 독점 사용할 권리가 주어질 정도로 제우스의 분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를 두 번 거역했다. 한번은 제우스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한 음모에 가담하였고, 한번은 트로이 전쟁에서 제우스의 뜻에 반하며 적극적으로 그리스의 편을 들었다. 트로이를 함락시킨 목마도 아테나의 작품이고, 특히 그리스의 용감한 전사 아킬레스를 돌봐주었다. 오디세우스(율리시즈)가 이타카의 집을 찾아오는 오랜 세월 동안 그를 지켜주기도 했다.

전쟁의 신인 아레스(마르스)는 파괴적이고 부정적였으나, 아테나는 총명하고 순결했으며 은혜를 베풀며 영웅들을 수호하였다. 아레스가 전쟁을 사랑하고 싸움을 즐겼다면, 아테나는 전쟁을 좋아하지는 않았으나 피하지도 않았다. 아테나는 각각 헤라클레스와 디오메데스를 도와 아레스를 두 번 공격하여 모두 승리하였고 마침내 그를 밀어내고 전쟁의 신이 되었다. 아레스는 상처를 입고 올림푸스 산으로 도망갔다.

아테나는 재판제도도 만들었다. 재판에서는 피고의 편을 잘 들어주었으나, 남녀평등보다는 남성가부장제를 선호했다고 한다. 직물의 신 아테나는 어느 날 유명한 수직공手織工 아라큰과 시합을 했다. 아테나는 그녀의 솜씨에 감탄했으나, 완성된 카펫이 아버지 제우스의 애정 행각을 담은 것이었기 분노하였다. 아테나는 아라큰을 거미로 바꾸었고 영원히 실에 묶여서 실을 짜게 하였다. 제우스를 모독하고 가부장제를 부정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아테나 숭배가 로마로 들어와서 미네르바 숭배가 되었다. 미네르바는 선의 정원에서 악을 몰아내며 마르스를 대신하여 전쟁의 여신으로 숭배 받게 된 것이다. 폼페이우스는 동방 정복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전쟁의 여신 미네르바의 신전을 세웠다. 자신이 이 여신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던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에 미네르바 숭배가 가장 성행했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아테나)는 항상 부엉이(올빼미)와 함께 한다. 아폴론의 태양이 대지 저편으로 넘어가는 저녁이 다가오면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날아올랐다. 원래 미네르바의 신조神鳥는 까마귀였으나, 까마귀가 미네르바의 비밀을 누설한 죄를 지어서 부엉이로 바뀌게 되었다. 이 부엉이는 원래 레스보스 섬의 뉘티메네인데, 자신의 아버지와 통정한 죄를 범하여 부엉이가 되었다고 한다. 부엉이는 이를 부끄러워하여 사람의 눈이 있는 낮에는 웅크리고 앉아지내다가 밤이 되면 비로소 활동한다고 한다. 시신경이 발달하여 밤에도 세상의 모든 곳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에게 세상의 일을 알려주고 또한 신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할 수 있는 미네르바의 상징이자 사자(使者)가 된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멀리 내다볼 수 있고 밤에도 깨어있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인 것이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은 저서 ‘법철학’의 서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라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펴는 것처럼, 철학이나 지혜는 앞날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가 지나고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하루를 돌이켜보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철학이란 한 시대가 지난 뒤 그 시대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을 내릴 수는 있으나, 미래를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하도록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금 알게 된 그 무엇은 그냥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 당시의 실패 때문에 마침내 알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학문이나 철학은 미리 본질을 알고 예측-설명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사태가 끝난 뒤 사후 분석이나 주석을 붙이는 것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이 담겨져 있다. 

인간에게 큰 해악을 끼친 적이 없는 부엉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음흉하고 패륜의 새라는 누명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세상을 속속들이 관찰하며 새끼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부엉이의 이미지는 ‘날개달린 지혜로운 고양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황혼이 저물어야 날개를 펴는 아테나-미네르바의 부엉이는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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