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만 가면 잠이 잘 안 오는 이유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야외 활동하기 좋은 시즌이다. 주말을 이용해 가족이나 커플단위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그런데 주말을 즐기기 위해 떠난 여행이 오히려 과도한 피로의 원인이 되곤 한다. 낯선 곳에만 가면 잠이 제대로 안 오는 이유다. 매일 자던 집 대신 새로운 장소에 가면 잠들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미국 브라운대학교가 최근 35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소규모 실험을 진행했다. 낯선 장소에 가면 잠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심지어 밤새 뒤척이기도 하는데,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이 실험참가자들의 뇌파를 관찰한 결과, 대뇌반구 양쪽에서 수면과 관련한 뚜렷한 차이점이 발견됐다. 사람의 뇌는 정중앙을 중심으로 좌대뇌반구와 우대뇌반구로 나뉘는데, 양쪽이 잠에 대해 서로 상반된 양상을 보인 것이다.

좌반구는 주의를 경계하는 각성상태와 연관성을 보인 반면, 우반구는 잠을 유도하는 수면상태와 상관관계에 놓여있었다. 즉 잠이 들어야 하는 시간에 경계 태세에 있게 되면 왼쪽 반구가 ‘야간 경계’ 모드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수면욕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선잠을 자게 되거나 아예 밤을 새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평소와 잠자던 환경과 달라지면 유독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을 경계하는 감시 시스템이 작동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처럼 경계 태세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즉 좌반구가 좀 더 활성화되는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잠들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우반구가 잠을 청하도록 유도하는 동안 좌반구는 방심하지 않고 바짝 경계해 있으려는 것인데, 낯선 장소에 있으면 양쪽 반구의 활동이 불균형에 이른다. 즉 좌반구가 각성 상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쏠리게 된다. 이로 인해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정신이 혼미한데다 평소보다 더 큰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잘 못 자는 사람들은 힘들고 피곤했던 평일에 대한 보상으로 떠난 여행이 오히려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엔 집에 있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현상이 주말여행을 거절할만한 좋은 명분이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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