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겪은 사람이 회복력 빠르다(연구)

인간 세계는 불확실성과 모순으로 가득하다. 좋은 사람이라고 알려진 사람이 나쁜 짓을 저지르기도 하고,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여러 개일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기본적으로 애매모호한 상황을 싫어한다. 불편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교적 모순적인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정신적 충격도 잘 안 받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서로 의견충돌이 있거나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때 ‘인지적 불협화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모순적인 상황 때문에 불협화음이 생기면 한 쪽으로 생각을 몰아가는 흑백논리에 빠지기 쉽다. 이분화해서 상황을 단순 정리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가령 평소 좋은 사람으로 평가된 사람이 나쁜 일을 벌이면 그 사람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좋은 쪽으로 결론 짓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흑백논리로 규정하지 않고 보다 합리적으로 수용하려는 기질을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 공동 연구팀이 수백 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총 11가지 항목이 담긴 질문을 던진 결과다.

11가지 항목에는 각각 a, b, c, d의 질문이 있는데, 이 질문들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1~5점으로 점수 매기는 방식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땐 1점, 매우 그렇다고 생각할 땐 5점을 매기는 식이다. 다음과 같은 항목을 예로 들 수 있다.

“모든 커플 사이에는 모순된 감정이 함께 공존한다. 커플관계를 통해 사랑처럼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지만 자유를 잃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커플 사이의 모순적인 감정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모순적인 감정이 있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a) 모순적인 감정을 가진 커플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b) 연인에게 모순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불편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c) 본인은 자신의 연인에게 얼마나 모순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d) 본인이 연인에게 모순적인 감정을 느낄 때 드는 불편함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해당 질문 중 a와 c에선 높은 점수, b와 d에선 낮은 점수를 택한 사람일수록 불확실함과 모순적인 상황에 잘 대처하는 사람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실험참가자들의 답변은 신뢰할만한 일관성을 보였다. 한 항목에서 a와 c에 높은 점수를 매긴 사람들은 다른 항목에서도 일관되게 a와 c에 높은 점수를 주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또 중년층 이상, 이혼한 경험이 있는 사람, 고학력자, 신앙심이 약한 사람일수록 불확실성에 잘 대처하는 성향을 보였고, 이들은 인생에서 안 좋은 사건을 경험할 때 트라우마가 생길 가능성도 낮았다. 즉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회복력이 빠르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의 모든 항목들은 ‘성인발달저널(Journal of Adult Development)’에 발표된 논문에서 확인가능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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