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자동판매기로… ‘화상 투약기’ 허용 논란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자동판매기로 약을 살 수 있는 원격화상 의약품 판매 시스템, 이른바 ‘화상 투약기’ 도입이 추진돼 약사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화상 투약기 허용은 지난 18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신산업투자위원회 ICT융합분과 과제 중 하나로 명단에 올라 수용됐다.

화상 투약기는 약국 밖에 설치된 의약품 자동판매기를 가리킨다. 단,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에 자동판매기에 달린 인터넷 화상통신 시스템으로 약사와 상담해야만 약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심야시간에 일반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약국 매출의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는 화상 투약기 허용에 대해 수용 의견을 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0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현행 약사법 50조는 약국 내 약사의 대면판매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사법 개정안에는 화상통화를 거치면 판매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약사가 비용을 부담해 관리 가능한 범위에 화상 투약기를 설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규제개혁장관회의에 대한 국무조정실 발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화상 투약기는 기계에서 보관하고, 약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약국에서 한번 거르는 과정이 있다”며 “약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화상 투약기와 함께 신서비스분과 과제로 명단에 올랐던 처방약 택배배송은 허용되지 않아 미해결과제로 남았다. 이 과제는 만성질환자, 원격진료자 등 특정범위에 한해 처방전을 전제한 의약품의 배송을 허용하는 게 골자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유통 중 변질과 오염, 약화사고의 발생 가능성 ▲약사의 복약지도 기능 약화로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처방약 택배배송과 화상 투약기 모두 대한약사회의 반감을 사고 있다. 규제장관회의가 열린 이 날 조찬휘 약사회장은 담화문을 내고 “정부가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보건의료와 같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분야에까지 화상 투약기나 조제약 택배 배송 등 위험한 사안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약사회는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와 같은 비극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각종 건강상 위해와 부작용의 야기는 물론, 편의점을 거느린 대기업과 재벌의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며 “국민건강의 교육자이자 수호자로서 화상 투약기와 조제약 택배 배송 저지를 위한 반대투쟁에 회원들이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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