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에 보이는 존재적 가치

이재길의 누드여행(30)

루시안 끌레그

루시안 끌레그는 1973년 피카소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그와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눴다. 피카소 예술세계의 영향을 받아온 그는 독특한 관점이 묻어나는 예술사진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아방가르드 시인이자 영화 제작자였던 장 꼭도와도 친분을 쌓았다. 그의 사진에 꼭도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데, 끌레그는 꼭도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예술세계를 경험한다.

끌레그는 일상 속 사건과 인물들을 절묘한 흑백의 조화를 통해 표현하면서 초현실적 사진세계를 보여주었다. 그의 시각은 매우 현대적인 동시에 신화적인 면모 또한 지니고 있었다. 인생, 사랑, 덧없음, 그리고 죽음은 신화적 표현을 실행에 옮긴 그의 소재들이었다.

그는 언제나 인간존재에 대해 고찰했다. 그만큼 그의 사진세계의 주된 표현 소재는 인간의 존재였다. 끌레그는 입체파의 영감을 중시했고, 결국 초현실주의 운동의 자동기술법을 창시한 막스 에른스트가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구입해 소장하는 인물이 되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해오던 끌레그는 그 해법을 여인의 누드에서 찾게 된다. 그는 세상에서 거의 유일한 아름다움의 본체가 바로 여인의 벗은 몸에 내재되어 있음을 목격하였던 것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그의 누드사진에 그가 여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은. 그의 누드사진에는 과감하고도 에로틱한 표현들이 숨김이 없다.

1956년 시작된 그의 누드사진 작업들은 주로 자연과 도시를 배경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자연은 끌레그에겐 인간의 원초적 본질을 상징하였다. 특히 물은 태초의 인간 본체를 의미하는 만큼, 물에 잠긴 여체를 통해 그는 섹슈얼리티를 극대화했다. 그렇다. 물이었다. 물에 젖은 여체는 벗은 몸을 향한 우리의 상상력을 더욱 촉발시키면서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대상으로 승화된다. 물과 결합한 누드의 또 다른 성적 매력을 그가 사진으로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본성을 끊임없이 탐구해 들어가는 그의 작품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끌레그의 예술세계는 사진가인 에드워드 웨스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1956년 포토 몬데(Photo Monde)에서 출간된 에드워드 웨스턴의 ‘Charia’ 시리즈에서 깜짝 놀랄 만큼의 예술적 감동을 받은 그는 조형적이면서도 아방가르드적인 누드의 표현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다. 주로 자연에서 촬영한 그의 작업방식도 에드워드 웨스턴의 영향을 받은 대목이다.

끌레그는 여체의 어떤 부분을 클로즈업하여 촬영하거나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촬영하는 방법으로 작업했다. 이것은 여인의 벗은 몸에 내재된 또 다른 아름다움의 실체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드러내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그의 누드사진에는 한 장 가득히 여인을 향한 성적 호기심이 묻어난다.

피카소는 끌레그의 누드사진을 르누아르와 마네, 심지어는 벨라스케스의 작품과 비교했다. 피카소가 사진의 본질을 회화에 투영할 수 있었던 것은 끌레그의 누드사진에 담긴 누드를 향한 무한 상상력 때문이었다. 사실적인 실체를 눈앞에서 보는 동시에 추상적이고 내면적인 본질들을 보고 듣고 경험하게 만드는 그의 누드사진에는 인간의 욕망만이 여실히 드러나도록 단순명료하게 표현되어오던 여느 작가들의 누드사진과는 차원이 다른 화법이 있었다. 끌레그의 누드사진이 독보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여체를 향한 뜨거운 열망과 사려 깊은 생각이 동시에 묻어났기 때문이리라.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29) 예술의 본체로 드러나는 누드

(28) 누드, 소통과 교감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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