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 언어폭력의 피해자 된다

 

악담이나 모욕과 같은 언어폭력은 물리적인 폭행보다 모호하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개념이다. 피해자 스스로도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 못한 채 속수무책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트라우마와 대인관계에 대해 연구 중인 미국의 심리학자 데본 박사에 따르면 언어폭력은 ‘장기적으로 누군가와 원치 않는 언어적 상호관계를 맺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 주로 배우자, 친구, 부모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처럼 가까운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데본 박사가 미국 건강지 프리벤션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자신도 의식 못한 사이 악담의 피해자가 된 상태다.

큰 소리 치는 것만 언어폭력이 아니다= 언어폭력이라고 해서 가해자의 입에서 꼭 큰 소리가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언어폭력은 다양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악담도 있고,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악담 역시 본인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큰 소리로 분노를 표출하지 않더라도 다소곳한 말투로 은근히 상대방을 깎아내리면 이 역시 언어폭력의 일종이다. 언어적 학대를 가하는 사람은 공격대상에게 상냥하고 다정하게 접근하다가 과격한 말을 퍼붓기도 한다. 언어폭력을 가하는 패턴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일축하고 넘기기 쉽다= 언어적 폭력은 물리적 폭력에 비해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말한 말을 던진 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거나 변명과 핑계를 구상하며 합리화하기도 한다. 피해자 역시 이를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무작정 당하다가 결국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생기고 정신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피해자란 사실을 인지 못한다= 굴욕이 될 만한 모욕을 당했다면 자신이 언어폭력의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 같은 폭력의 피해자가 돼왔다면 이를 잘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단치 않은 일로 넘겨왔지만 사실은 성인이 된 이후까지 자신의 삶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본인 스스로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거나 무능하고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하고 있다면 이 같은 생각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 받은 언어폭력이 그 원인일 수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뀐다= 어렸을 때부터 언어폭력을 당해온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이번에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형태의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되기 쉽다.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을 이런 방식으로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사랑받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로맨틱한 관계를 형성할 때 애착불안이 생길 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자주 화를 내거나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정신적 부작용이 수반된다= 언어폭력은 우울증, 불안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다양한 잠재적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정동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언어폭력에 시달려온 사람은 성인이 된 이후 우울증과 불안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본인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기 때문에 일적으로는 자신의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

언어폭력의 상처는 극복할 수 있을까?= 언어폭력이 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일생동안 대인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과의사나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고 수정해나간다면 향후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연민 어린 시선을 던지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편안하게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자신의 기분상태를 존중해주면서 함부로 단정 짓거나 평가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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