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신약 개발 가속… 국내사 모두 임상2상 진입

 

지난 20년간 글로벌 빅파마들도 물을 먹어온 뇌졸중 신약 개발을 위한 국내사들의 도전이 거세다. 현재 뇌졸중 신약을 개발 중인 제일약품과 신풍제약, 지엔티파마 등 국내 제약사 3곳 모두 약효 검증을 위한 임상2상에 진입하며 뇌졸중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자사가 개발 중인 뇌졸중 신약 ‘Neu2000’의 임상2상 연구를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이 약은 뇌졸중 발병 후 뇌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흥분독성과 활성산소의 독성을 동시에 억제하는 세계 최초의 다중표적약물로 알려졌다.

뇌졸중으로 과도한 양의 글루타메이트가 방출되면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신경세포를 사멸시켜 영구장애를 겪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 지엔티파마에 따르면 Neu2000은 뇌졸중 동물모델에서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억제제나 황산화제를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뇌손상을 줄이는 약효가 탁월하다.

특히 일시적 뇌경색 동물모델에 8시간 안에 투여해도 유의미한 효과를 보여 통상적 치료 골든타임인 3시간을 최대 8시간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Neu2000의 임상2상은 아주대병원을 중심으로 경북대병원, 가천대병원, 계명대병원, 조선대병원, 충북대병원에서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는 뇌경색 환자 2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엔티파마는 미국에 이어 지난해 중국에서 노인을 포함한 165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임상1상을 마쳐 Neu2000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지난 2014년에는 중국 500대 그룹 중 하나인 헹디안그룹 아펠로아제약을 통해 중국에서도 임상2상 승인을 신청했다. 국내 임상2상은 연내 완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회사 곽병주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뇌세포보호신약들을 대상으로 200회 이상의 임상연구를 진행했지만 정상인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고, 골든타임이 짧아서 대부분 실패했다”며 “그만큼 개발이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이번 임상2상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엔티파마에 앞서 제일약품과 신풍제약이 개발 중인 뇌졸중 신약들은 지난 해 임상2상에 진입을 승인받았다. 제일약품이 국내 임상2a(전기)상을 승인 받은 뇌졸중 신약 ‘JPI-289’는 뇌세포 괴사와 세포사멸에 관여하는 효소를 동시에 억제해 높은 치료효과와 뇌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기대된다.

이 약의 임상2a상은 급성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서울대병원과 한양대병원, 인제대일산백병원 등 3곳에서 진행된다. 제일약품은 지난 2009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JPI-289의 비임상을 수행했고,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과제로 선정돼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다.

신풍제약의 뇌졸중 신약인 ‘SP-8203’은 기존 정맥투여용 혈전용해제(tPA)의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뇌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식약처로부터 임상2a(전기)상 임상시험계획(IBD)을 승인받았다. SP-8203는 동물실험에서 뇌졸중 발생 6시간 후 tPA와 병용 투여했을 때 추가출혈과 사망률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뇌졸중 발생 경로가 복잡한데다, 동물실험을 임상으로 잇기 힘들고, 신약후보물질이 나와도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뇌졸중 신약 개발의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현재 공인된 치료제는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한 tPA인 ‘액티라제’가 유일하지만, 뇌졸중 발병 후 3~4시간 이후에 투약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치료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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