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비상… 관리 ‘뒷전’, 약물치료 ‘저조’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자각증상이 없다보니 관리가 안 되고, 방치하면 다양한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도 국내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은 혈압관리에 뒷전이다. 운동과 식이요법은커녕 약물치료율도 크게 떨어진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30세 이상 남녀 고혈압 환자 중 자신이 고혈압인지 알고 있는 경우는 66%에 그쳤다. 고혈압 환자 10명 중 3명은 고혈압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도 전체의 60.7%에 불과했다. 자연 혈압을 정상 수준으로 조절하고 있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 42.5%로 나타났다. 만 30세 이상 인구에서 고혈압 유병률은 3~4명 중 1명꼴이며, 관련 진료비는 2조원을 웃돈다.

고혈압 환자의 95%는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본태성 고혈압이다. 평소 싱겁게 먹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금연과 절주도 요구된다. 담배 속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며, 음주는 고혈압의 발생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갑자기 혈압을 올리는 아령, 팔굽혀펴기 등 무게 운동보다 심폐기능을 늘리는 산보,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등 호기운동이 권고된다. 운동은 1주일에 3회 이상, 하루 30~45분 정도가 바람직하다. 고혈압 합병증이 없다면 운동량을 서서히 늘려가는 게 좋다.

운동요법만으로 혈압을 다스리긴 힘들다. 약물요법과 병행해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고혈압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혈압약을 먹고 정상이 된 혈압은 약물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오르기 때문에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

혈압약으로는 혈관확장제가 주로 쓰인다. 혈관수축에 필요한 칼슘 작용을 억제(CCB 제제)하거나,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는 물질인 안지오텐신의 생성을 먹거나(ACE 제제), 안지오텐신의 작용을 저해(ARB 제제)하는 약들이다.

고혈압 치료의 핵심적인 약물은 ARB 제제이다. 안지오텐신은 AT1이라는 수용체에 붙으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지만, AT2 수용체에 붙으면 혈관 확장, 염증 감소, 조직 재생 등 유익한 작용을 한다. ARB 제제는 선택적으로 AT1 수용체를 차단하고, AT2 수용체는 차단하지 않아 다른 제제보다 부작용이 덜하다.

ARB 제제 혈압약에 고지혈증약 성분을 섞는 복합약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혈압은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고지혈증 등 다른 위험인자들과 같이 있을 때 심혈관 합병증과 사망률이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고지혈증약 로수바스타틴과 혈압약 칸데사르탄을 많이 병용해서 처방한다. 최근 미국심장병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연구를 보면 고혈압과 심장병을 같이 앓고 있는 환자에게 로수바스타틴과 칸데사르탄을 병용투여하면 심장마비,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최대 40%가량 줄었다.

국내에서는 로수바스타틴과 칸데사르탄 복합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고대구로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부산대병원 등 국내 20개 종합병원에서 진행된다. 주로 유전으로 생기는 원발성 고지혈증을 동반한 본태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시험대상자를 모집 중이다.

만 19세 이상 남녀로 수축기 혈압 18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110mmHg 미만, LDL콜레스테롤 250 mg/dL 이하, 중성지방(Triglycerides) 400 mg/dL 미만이면 12~16주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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