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자주 먹으면 환경호르몬 노출↑

햄버거, 감자칩,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사람은 특정 환경호르몬 노출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패스트푸드를 과다 섭취하는 청소년들의 건강, 성인들의 불임이나 미숙아 출산 등의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보건대학원 아미 조타 박사팀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국민보건영양조사(2003-2010년)에 참가한 8,877명을 대상으로 패스트푸드와 환경호르몬과의 관련성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환경보건 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사람은 특히 프탈레이트(phthalate)라는 위해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햄버거나 피자 등 식품 그 자체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식품자재나 포장지로부터 위험물질이 흡수 유입되기 때문이다.

프탈레이트는 식품 가공, 포장 등에 널리 쓰이는 산업화학 물질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프탈레이트 종류 중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이하 DEHP)와 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이하 DiNP)를 비롯해 다른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 A(이하 BPA) 등 3개의 성분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대상자들에게 지난 하룻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 식단을 자세히 물은 뒤, 소변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전체 대상자들의 소변을 통해 프탈레이트의 두 종류 DEHP, DiNP 농도 수치와 함께 비스페놀 A(BPA) 수치도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 패스트푸드를 ‘약간 즐겨 먹는’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를 ‘거의 먹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DEHP 수치가 15.5%, DiNP 수치는 25% 더 높게 나타났다. 패스트푸드를 하루 한번 이상 ‘자주 즐겨 먹는’ 사람들은 DEHP 수치가 24%, DiNP 수치는 39% 높았다. 패스트푸드를 잘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전체 프탈레이트 수치가 24-40% 정도 높게 배출된 것이다. 다만 모든 대상자들의 소변 내 BPA 농도는 유의미한 수치를 나타내지 않았다.

대상자들의 식습관, 주변 환경 등 환경호르몬의 잠재적 유입 요인들을 고려하더라도 패스트푸드 섭취에 따른 프탈레이트 농도 축적간의 연관성은 매우 높았다.

연구진은 “빵이나 피자, 면류 같은 밀가루 곡물 식품을 비롯해 육류에서 이 두 종류의 프탈레이트 성분 노출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식품 조리 전 보관용기나 조리 과정 중에 쓰인 비닐장갑, 컨테이너 벨트, 식품 포장지 등에서 위해성분이 식품에 흡수되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BPA는 패스트푸드 식품 유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타 박사는 “이 결과만으로 패스트푸드 섭취로 인해 체내 축적된 프탈레이트가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인과관계를 드러낼 수는 없지만, 기존의 여러 과학적 근거를 살펴볼 때 그 영향력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청소년들의 패스트푸드 섭취율이 날로 증가하면서 이들의 장래 건강이 우려되는 만큼 사회적 감시망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구진이 근거로 든 이전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남성 생식계 교란, 불임, 출산장애 등의 위험성을 비롯해 2012년 DEHP와 당뇨병간의 상관관계가 규명됐으며, 2013년 연구에서는 이 환경호르몬이 어린이들의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한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2016년 최근에 들어서는 아동 행동장애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DiNP의 인체 악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지난해 논문에서는 고혈압과 관련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일종으로 체내에 유입되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킨다. 프탈레이트가 체내로 유입되는 경로는 음식포장이나 생산과정에서 흡수되는 경우가 상당수로, 어린이들은 프탈레이트가 사용된 장난감을 통해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국가들은 프탈레이트 사용을 극히 제한해 왔다. 일본은 음식조리 때 사용하는 비닐장갑 제조에 DEHP 함유를 규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또한 영유아 장난감, 화장품 제조에 사용을 금지하는 등 그 규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도 장난감, 젖병, 고무젖꼭지 등의 제조에 DEHP의 사용을 영구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완구 용품 제조시 프탈레이트 함유량 총합을 0.1% 이하로 규제하고 있으며 DEHP는 사용을 전면금지하고 있다. 식품용기에도 프탈레이트의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각국의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DEHP, DiNP 이 두 가지 프탈레이트가 패스트푸드로부터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은 식품공정 과정에서 여러 용품 및 기구들에 프탈레이트가 아직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내용은 영국 일간 온란인판 인디펜던트 등이 최근 보도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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